“집콕족, 미디어시장 몰리는데… 돌려막기 할 영화도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통신3사, 새 콘텐츠 확보 비상
“코로나로 콘텐츠 제작 올스톱… 신작 영화 등 거의 공급 못해
IPTV 등 볼 게 없다고 고객 항의”
“유튜브-넷플릭스에 시장 뺏길 우려”… 미개봉 영화 IPTV에 먼저 개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디어 특수’라는데…. 개봉 영화 등 신규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해 걱정이다. 고객들로부터 인터넷TV(IPTV)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볼 게 없다’는 항의가 적지 않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콘텐츠 공급 담당 관계자들은 지난달 말 서울의 모처에서 만나 이 같은 어려움을 함께 토로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족’이 늘면서 모바일·온라인 미디어 사용 시간이 늘고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지만, 막상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임원은 “코로나19로 신작 영화 개봉이 멈추고, 각종 콘텐츠 제작이 올스톱 되면서 콘텐츠 공급이 쉽지 않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3월까진 과거 개봉 영화 등으로 ‘돌려 막기’를 했지만, 이젠 신작다운 신작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신 3사의 신규 콘텐츠 공급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50만 관객 이상 흥행 영화를 월평균 5.1건씩 IPTV에 공급했지만, 올해 4월엔 단 1편밖에 제공하지 못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수많은 후보군 중 어떤 킬러 콘텐츠를 공급할지를 두고 고민했는데 현재는 콘텐츠의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KT는 2∼3월 영화 주문형비디오(VOD) 신규 업로드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줄었고, 이용 건수도 4.6% 줄었다. ‘겨울왕국 2’를 제외하면 사실상 영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떨어졌다.

무엇보다 신규 콘텐츠 공급난이 계속될 경우 언택트 소비 확산으로 조성된 사업 확장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공급하지 못하면 결국 유튜브, 넷플릭스 등에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며 “트래픽 유발에 따른 망 사용료 지급 문제를 놓고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가 다투고 있어 입장이 더욱 난처하다”고 말했다.

통신 업계는 토종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시장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미개봉 영화를 IPTV에 먼저 개봉하는 사례를 늘리기 위해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KT가 영화 ‘공수도’를 IPTV를 통해 선공개하여 호응을 얻었는데, 대작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보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극장에 걸리지 못한 영화를 찾는 것을 넘어, 제작 단계부터 영화사와 협업하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집콕 수험생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16일과 23일 관중 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IPTV와 OTT를 통해 생중계하기로 했다. 설명회에는 윤윤구 EBS 입시설명회 대표강사가 출연해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고,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질의응답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KT는 지난달 11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라이브 K 콘서트’를 무관중으로 열고 올레tv와 시즌(Seezn)에 생중계해 국내 아이돌과 7만여 팬(해외 64개국 포함)의 소통의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대학로 대표 소극장 연극들을 영상으로 제작해 IPTV에 공급하고 있다. 방한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세계 최정상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최신작 영상도 서비스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NBC유니버설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를 5세대(5G) 기반 증강현실(AR) 콘텐츠로 제작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통신3사#콘텐츠#집콕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