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못쉴 정도로 악화돼야 코로나 검사한다는 일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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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의사회 가이드라인 드러나… 정부 눈치 살펴 검사건수 줄인 의혹
日국민 81% “아베 대처 너무 늦어”… 여야의원 1년간 세비 20% 삭감 합의

일본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선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아파야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주간지 슈칸아사히는 14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도쿄도 의사회가 도내 의사들에게 배포한 ‘담당의사 외래진단 수순’이란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호흡 시 통증이나 폐렴 의심 증상이 있어야 혈액 검사나 흉부 X선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려면 ‘산소포화도 93% 미만’이란 조건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도쿄의 한 내과 의사는 슈칸아사히에 “산소포화도가 93% 미만이면 숨을 쉴 때 쌕쌕거리면서 죽을 정도로 괴로운 상태”라며 “이 조건대로라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돼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칸아사히는 “이 문건에 따라 일선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검사 대상자를 쥐어짤 정도로 줄여왔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하루 2만 명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검사는 지난달 일평균 1500여 건에 그쳤다. 이달 들어서도 2000건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도쿄도 의사회가 정부 눈치를 살펴 일선 의사에게 배포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확진자가 많은 일본에선 바이러스 검사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혼조 다스쿠(本庶佑) 교토대 특별교수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코로나19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검사를 10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망설이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비판적이다. 요미우리신문이 11, 12일 전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이 ‘너무 늦었다’는 응답이 81%였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42%로 이전 조사(3월 20∼22일) 때보다 6%포인트 급락했다. 교도통신이 10∼13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실망감으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이전 조사 때보다 5.1%포인트 하락한 40.4%였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자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국회의원의 세비를 1년간 20% 삭감하기로 14일 합의했다. 일본 국회의원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후 반년 동안 매월 지급받는 돈을 50만 엔(약 560만 원) 삭감한 바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코로나19#일본 도쿄#아베 신조#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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