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소통↑”… 유튜브로 공약 발표-릴레이 응원

김지현 기자 , 이지훈 기자 입력 2020-03-21 03:00수정 2020-03-2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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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불러낸 초유의 ‘비대면 총선’ 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4·15총선에서 ‘비대면 선거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에 출연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유튜브 채널 ‘황교안 오피셜’에 출연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대구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던 상황을 유튜브를 통한 기자간담회로 설명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부터). 유튜브 캡처
“머플러를 하는 게 (유튜브) 방송에 더 나을까?”

11일 저녁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전 청와대 대변인) 선거사무실을 찾은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첫 유튜브 라이브 ‘합방’(합동 방송)에 앞서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 종로와 광진을에 각각 도전장을 낸 두 사람은 이날 저녁 각자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1시간짜리 ‘콜라보 방송’을 진행하며 각각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통상 유튜브 라이브 합방은 게임이나 요리, 먹방, 운동 등 다루는 주제가 비슷한 유튜버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고 클릭 횟수를 올리기 위해 자주 쓰는 방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대면 선거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이전 선거철이었으면 서로 지역구를 찾아 지지 연설을 해줬을 후보들이 유튜브 합동 방송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언택트(untact·비대면) 총선’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사람 간 직접 접촉을 최소화하고도 소통 능력은 강화할 수 있는 온라인 세상 속으로 총선판 자체가 옮겨간 모양새다.

○ 온라인으로 옮겨 간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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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선거운동이 펼쳐지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은 유튜브다. 간단한 촬영 장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라이브 방송’이 가능하다 보니 대부분의 총선 후보가 유튜브를 활용해 공약을 발표하고 릴레이 응원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실 비서관은 “오프라인에서 후보들이 직접 움직이려면 사전에 동선을 확인해야 하고 시간과 장소도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으로 골라야 하지만 온라인은 오히려 간단하게 진행된다. 덕분에 일 처리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고 했다.

실제 이 위원장과 고 후보 간 ‘합방’도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위원장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낙연TV’ 라이브 방송에서 ‘누구와 함께 방송을 해보고 싶냐’는 한 시청자 질문에 “고민정 예비후보”라고 답했고, 이에 고 후보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대환영”이라고 화답하면서다. 이날 이낙연TV와 고민정TV를 통해 동시 중계된 라이브 방송의 동시 시청자는 최대 4000여 명을 기록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후보들 외에도 전국적으로 지원 ‘합방’을 요청해 온 곳이 너무 많아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도 요즘 ‘파워 유튜버’로 올라섰다. 2019년 1월 개설 당시만 해도 조회수가 1000단위에 그쳤던 ‘황교안 오피셜’이 종로 출마 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인기몰이를 시작한 것. 특히 황 대표 캠프는 황교안 오피셜에서 단순히 공약만 발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프러포즈 경험담을 소개하고, 고등학교 때 만든 자작곡 일부 소절을 부르는 등 ‘인간 황교안’을 알리는 쪽으로 주력했다. 조회수와 클릭 수 모두 늘기 시작했고 지난달 21일 종로 충신시장을 찾은 황 대표가 주민들과 ‘주먹인사’를 나누는 장면만 편집한 ‘황교안이 주먹인사를 한 횟수는?’이란 제목의 영상은 10만8706회의 조회수와 6400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한 온라인 동영상 업계 관계자는 “단일 영상의 ‘10만 클릭’ 조회수는 이 바닥에서 이른바 ‘터졌다’(흥행에 성공했다)고 부르는 기준”이라며 “게다가 ‘알릴레오’나 ‘가로세로연구소’처럼 정치 논평을 주로 하는 전문 정치 유튜브가 아닌 특정 후보의 영상이 10만 조회수를 돌파한 건 의미 있는 숫자”라고 평가했다.

고 후보와 광진을에서 맞붙는 통합당 오세훈 후보도 자신의 인지도를 활용한 유튜브 활동에 적극적이다. 오 후보가 운영하는 ‘오세훈 티브이(TV)’의 구독자는 5만5000명.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광진을 지역이 20, 30대 젊은층이 많고 상당히 진보적인 동네”라며 “오 후보를 잘 모르는 20대에겐 재밌고 친근하게 다가갈 콘텐츠를, 오 후보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는 3040세대에겐 보다 정확한 정보 제공 목적으로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은 당초 당원 및 주민들과 함께 열려던 선거 출정식을 취소하고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선거사무소도 온라인으로 차리는 사례가 늘었다. 민주당 최종윤 후보(경기 하남)는 선거대책위 발대식도 23일 1인 방송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다. 최 후보 측은 “온라인으로 후보자 및 선대위를 소개하고 유튜브 실시간 댓글 등을 통해 쌍방향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했다.

모바일 메신저도 주요 선거운동 수단이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은 카카오채널을 개설해 구독자들에게 코로나19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확진자 동선 공개부터 약국 현황 등 주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채널을 개설한 지 열흘 만에 구독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 당 활동도 ‘사회적 거리 두기’

선거운동뿐 아니라 일반적인 당 활동도 사회적 거리 두기 분위기에 따라 점차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대구로 코로나19 의료봉사를 갔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구에 머무는 동안 당 최고위원회의를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했다. 통상 국회나 당사에서 진행하는 최고위원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한 것. 봉사활동을 마치고 복귀해 현재 자가 격리 중인 안 대표는 19일 기자간담회도 화상으로 열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은 지역구 의원을 내지 않아 ‘지역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 만큼 유튜브나 브이로그(V-log·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등을 활용해 당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과정에도 동영상 면접을 추가해 돌발 질문에 대한 임기응변 능력도 영상으로 파악하기로 했다.

정의당도 지난달 비례대표 후보 37명의 정견 발표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정의당은 당초 전국을 순회하는 합동 연설회를 열 생각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고려해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민주당 출신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 등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은 중앙당 창당대회부터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사전에 입장권을 받은 소수 인원만 참가했고 유튜브 ‘손혜원 TV’ 등을 통해 생중계했다.

그 어느 때보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많이 동원되는 선거판이 되면서, 아예 본인이 직접 선거에 뛰어드는 유튜버도 늘었다.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531명 중 김현진 유튜브 청년화랑TV 대표(36), 우동균 유튜브 신의한수 기자(29), 우원재 유튜브 ‘호밀밭의 우원재’ 대표(30), 유튜브 ‘지식의칼’ 운영자 이재홍 씨(37) 등 4명이 보수 성향 유튜버 출신이었다. 구독자 60만여 명을 확보한 ‘김태우TV’를 운영해 온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은 서울 강서을 지역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고 선거 운동 중이다. 구독자 20만여 명을 확보한 ‘주옥순TV’의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통합당 경북 포항북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 깜깜이 선거 속 가짜뉴스 남발 우려도

정치권에서는 대면 선거운동이 힘들어지면서 선거에 대한 유권자 관심이 줄고, 결과적으로 ‘깜깜이 선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의 깜깜이 선거이자 공중전 선거”라며 “개인 후보들이 할 수 있는 차원은 유튜브 방송 또는 거리 피켓 홍보 정도라 결국 당 지도부들이 얼마나 더 좋은 메시지를 내고 실수를 덜 하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치 신인들 사이에선 현역 의원들에 비해 얼굴 알리기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후보 등록 후 공식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는 다음 달 2일부터라도 유권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선거운동이 어느 때보다 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 관련 ‘지라시’도 늘고 있어 결과적으로 허위사실 공표나 비방 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선거지원관계장관회의’에서 “코로나19에 관심이 집중된 사이 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지 않도록 선거사범을 철저히 단속·수사하기로 했다”며 “특히 온라인을 통한 허위사실 확산 방지를 위해 최초 작성자뿐 아니라 악의적·상습적 중간 유포자도 신속하게 검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지훈 기자

#언택트 선거운동#4·15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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