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KAIST총장 거취 14일 이사회 결정…과학계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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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3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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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전면 부인 속 교수協 “충분한 소명 기회 주어져야”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이 지난 4일 국가 연구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2018.12.4/뉴스1 © News1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이 지난 4일 국가 연구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2018.12.4/뉴스1 © News1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한 거취(직무정지)가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리는 KAIST 제161차 정기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이사회에 앞서 신 총장이 국가 연구비 횡령 등의 의혹을 받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로부터 직무정지 요청을 받고 검찰에 고발된 과정을 살펴본다.

과기부는 ‘미국 로렌스 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장비 사용료 횡령’과 ‘제자 특혜 채용’ 등에 대해 신 총장에 대해 직무정지 요청을 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신 총장은 2011~2015년 4년간 제1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으로 재직했다. 이어 2015년 2월부터 2년간 제2대 총장직을 수행 중 KAIST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과기부는 신 총장이 2014년 DGIST 총장 시절 LBNL에 재직 중인 자신의 제자 임모씨를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겸직 교수로 채용,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했다고 봤다.

신 총장은 DGIST 재직 시절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의 일환으로 ‘LBNL-DGIST 공동연구센터’ 과제(9억 규모)를 받아 수행했다.

당시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 운영관리지침’에 따라 DGIST는 LBNL로부터 XM-1 장비에 대해 해마다 무상사용에 대한 현물 투자를 받고 있었다. 국립연구소 소유인 X선 현미경(XM-1)에 대한 장비를 사용할 때 사전 승인이 있다면 무상으로 사용이 가능한 장비로 사용료를 지급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신성철 총장이 관련자에게 LBML XM-1 장비의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시켰다고 과기정통부는 판단했다.

또 무상으로 미국 연구소의 연구장비를 사용하기로 했으나 사용료 명목으로 연구비 22억원을 지원한 점도 문제 삼았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총 9회에 걸쳐 20억여원이 집행됐고, 2021년까지 해마다 40만달러가 추가로 지급돼야 한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주장이다.

신 총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심에 부끄럽고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국가연구비 횡령 의혹에 대해 그는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가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와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LBNL X-ray Center에 대한 운영비 분담을 요청을 해왔다”며 “국제협력 공동연구 과제로 진행돼왔기 때문에 양 기관 연구 책임자와 참여 연구원들이 송금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해 사전에 논의해 독자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에서 총장이 일일이 보고를 받거나 연구자들이 총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없다”며 “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해 기관 차원에서 현금 지원이 타당하다고 정책적으로 판단했고, 현금 지원이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송금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금시 최종 결재자가 총장으로 돼 있기 때문에 결제한 것”이라며 “결코 개인적으로 어떠한 이득도 취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직원 편법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 총장은 “신물질과학 전공 내 교수들 간 채용 논의를 거쳐 전공 책임교수가 최종 결정하고,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쳐 임명했다”며 “관련 증빙서류도 완벽히 보관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의 급여는 규정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됐기 때문에 채용을 위해 학과의 논의 과정부터 급여 결정까지 총장이 지시하거나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도록 직접 관여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관계기관으로부터 소명을 요구받을 경우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투명하고 진실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요청을 철회하고 정당하고 적법한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13일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이 국가 연구비 횡령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고발과 함께 과기정통부로부터 직무정지 요구를 받은데 대해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카이스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끌어 갈 사명이 있다”며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 역량을 키우는 카이스트의 꾸준한 정진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가 조속히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KAIST 교수들로부터 시작된 항의 성명에는 타 대학 교수들까지 동참해 600명 이상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에는 대표적 과학기술시민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까지 과기부의 부적절한 감사 과정을 지적하고, 총장 직무정지 요청 철회를 포함한 비판 성명을 냈다.

최근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중도 사퇴하는 등 임기를 못 채우고 자리를 떠나는 수장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정치권까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등도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지난 11일 당 원내회의에서 “적폐 청산을 부르짖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를 만드는 일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며, “정부는 이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신 총장에 대한 업무정지 요청을 철회하고 좀 더 정당하고 적법한 감사를 진행해서 그 결과를 빨리 공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계 수장이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받고 책임져야 하지만 정권에 의한 편가르기와 줄세우기를 하는 현실은 과학기술계의 자유로운 연구 풍토를 저해하는 적폐 중의 적폐”라면서 “과학기술계는 진영 논리나 정치 이념과는 거리가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과학기술계에 대한 정치권력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인사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카이스트 총장에 대한 전례없는 직무정지 요청에 대해 과학계 안팎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가 14일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전ㆍ충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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