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비혼커플 신생아 급증… 2016년 10國서 전체의 절반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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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69% 최고-프랑스 59%
동거커플 복지 지원 확대 영향… 혼인 꺼리는 젊은층 갈수록 늘어

아이슬란드, 프랑스, 불가리아 등 유럽 10개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낳은 신생아 수가 전체 신생아 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하는 유럽 젊은이들이 부쩍 늘고 이에 따라 각국이 마련한 ‘동거 커플 지원 정책’ 활성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EU 회원국인 28개국에서 약 510만 명이 태어났다. 2016년 신생아 통계가 집계된 유럽 40개국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4분의 1인 10개국에서 전체 신생아 수의 절반 이상이 결혼하지 않은 커플 사이에서 태어났다.

10개국 가운데 이 같은 비혼 출산 신생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이슬란드(69.6%)였다. 이어 프랑스(59.7%), 불가리아 및 슬로베니아(각각 58.6%), 노르웨이(56.2%), 에스토니아(56.1%), 스웨덴(54.9%), 덴마크(54.0%), 포르투갈(52.8%), 네덜란드(50.4%) 순이었다.

이에 비해 터키(2.9%), 그리스(9.4%), 마케도니아(12%), 벨라루스(13.3%), 아제르바이잔(16.5%), 크로아티아(18.9%), 키프로스(19.1%) 등은 20% 미만이었다.

유로스타트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서 비혼(非婚) 커플 사이의 신생아 수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키프로스에서 비혼 출산 신생아 비율은 2000년 2.3%였으나 16년 만에 8배 이상인 19.1%로 뛰었다. 같은 기간 몰타(10.6%→31.8%), 이탈리아(9.7%→28%), 스페인(17.7%→45.9%), 그리스(4%→9.4%) 등에서도 증가폭이 컸다.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이 동거 커플도 가족의 범위로 끌어들여 복지 혜택을 늘린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는 1990년대 동거 인구가 늘자 이들이 낳은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1999년 ‘팍스(PACS·공동생활약정)’ 제도를 도입했다. 이 약정을 체결한 커플은 결혼하지 않고도 동거를 유지하면 가족수당 및 사회보장급여, 소득세 산정 등에서 혼인 가구와 동일한 혜택을 누리게 됐다. 이보다 앞서 스웨덴은 1988년 ‘동거법’을 제정해 동거 커플이 임신, 출산, 양육을 할 때 혼인한 부부들과 같은 권리를 보장했다.

유럽 정치인 중에서도 동거 커플이 적지 않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당시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22년간 동거만 하며 4명의 자녀를 낳았다. 그는 루아얄과 결별 뒤 기자 출신인 발레리 트리르바일레와 또 동거하다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엘리제궁에서도 동거생활을 이어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유럽#비혼커플#신생아 수#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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