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수영]소유보다 경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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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대개 앞만 보고 뛰었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구호 속에 콩나물교실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이들에게 성공의 상징은 아파트와 ‘마이카(My car)’였다. 50, 60대 중에는 한 푼 두 푼 모아 융자 낀 소형 아파트를 마련했을 때를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런 베이비부머에겐 젊은 세대의 모습이 다소 철없어 보일 수 있다. 해외여행 가겠다고 적금 붓고, 덜컥 고급 외제차도 렌트하니 부모 세대가 되레 조바심을 낸다.

▷부족함을 느껴본 적 없는 젊은 세대는 무언가를 갖는 일에 목숨 걸지 않는다. 그 대신 경험을 사는 데 지갑을 연다. 최근 미국 팝 가수 존 레전드의 내한공연 티켓이 예매 10분 만에 매진됐다. 세계적인 톱스타이지만 국내에서 음반은 물론 음원 판매량이 시원찮았던 터라 업계에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매자의 58%는 20대 이하다. 일단 콘서트에 갔다가 현장에서 음반을 사는 일도 많다. 그들에게 음악은 CD를 사서 듣는 게 아니라 콘서트나 클럽에서 즐기는 경험이 됐다.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일찌감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재산을 소유하기보다 원하는 때 접속해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접속의 시대’를 예견했다. 소유란 모든 게 휙휙 바뀌는 풍토에 적응하기에는 느려터진 모델이라는 것이다. 실제 소유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길이 너무나 많다. 넷플릭스에선 한 달에 9500원이면 무한정 영화를 볼 수 있고, 우리나라를 뺀 세계에선 카셰어링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소유가 짐이 되는 시대다.

▷행복이란 관점에서 볼 때도 소유보다 경험이 현명한 소비다. 미국 코넬대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보다 무엇인가 체험을 할 때 더 행복하다. 소유가 배타적인 데 반해 경험은 공유되는 속성 때문이다. 공연 관람이나 여행 등은 함께한 이들과 기억을 나눌 수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값진 자산으로 남는다. 젊은 세대의 ‘경험 소비’는 불확실성의 시대, 행복을 극대화하려는 진화된 전략이다.

홍수영 논설위원 gaea@donga.com
#베이비붐#경험#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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