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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거점국립대 특집]대학이 지역 발전을 이끈다

입력 2017-10-31 03:00업데이트 2017-10-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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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국립대, 지역 성장 핵심동력으로 주목
‘대학주도 지역성장론’이 대학발전과 지역균형개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교육기관으로만 머물러 있는 대학에 지역산업을 이끄는 엔진 역할도 맡겨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이루자는 것이다. 마침 현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방향이 (거점)국립대학 지원 확대,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 대학 서열화 해소, 대학 자율성 향상에 맞춰져 있어 앞으로 대학의 생존과 발전은 지역발전과 궤를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200여 개에 달하는 한국의 4년제 대학 중 각 광역자치단체에서 가장 큰 고등교육기관인 9개 거점국립대학들의 행보도 관심사 중의 하나다. 거점국립대학들은 과거 명성에 비해 많은 위상변화를 겪었지만 탄탄한 교육인프라, 법·제도적 뒷받침, 지역에서의 핵심적 역할 등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정책 수립으로 지역균형개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기회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정책 공약을 내걸면서 ‘거점국립대학의 명문대 육성’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김상곤 사회부총리는 부총리로 지명되기 전인 지난 5월 18일 ‘새시대 새교육을 그려 본다’라는 강연에서 거점국립대학 학생 1인당 지원비를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수준으로 올리고, 국공립대 학생 비중을 24%에서 40%로 확대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표명했다.

문승태 순천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지방분권이 잘 되려면 지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지방대의 제기능 찾기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용 전북대 기획처장도 “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립대 지원정책은 교육 인프라를 개선시켜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지방 국립대를 육성해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며 “‘대학발전-지역발전-지역인구유입-수도권 과밀화 방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에 (거점)국립대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대(국립대 포함)들은 학령인구 급감과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 존재감 없는 위상으로 인해 2020년을 전후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수도권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이 30% 내외의 신입생을 뽑지 못하고 이의 여파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어 제대로 된 대학교육을 할 수 조차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점국립대 지역균형개발 사명 맡아야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 거점국립대학들은 지역균형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우경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은 “저성장구조가 고착되고 인구 고령화로 인한 지역침체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지방대학 중 거점국립대학 육성 위주의 접근은 유효하다”며 “지역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하고 혁신 역량을 높이는데 있어 지방대학 인프라 활용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방대학 혁신 엔진’을 가동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듦으로써 지역의 젊은 인재들이 서울로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방대학 육성 정책에 공감을 표시했다.

부산대, 전북대, 제주대 등 지방국립대 역할 확대에 앞장서고 있는 대학들을 비롯한 거점국립대학들의 인프라는 여느 수도권 대학에 비해 뒤쳐지지 않지만 이들 대학들이 혁신 엔진으로 거듭나 지역발전의 선봉에 서려면 더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거점국립대학을 포함한 국립대 지원을 위해 1000억원을 배정해 국립대 지원을 가시화 하고 있다. 하지만 총액부분에 있어 대학들이 받는 금액이 기존 지원 액수와 별 차이가 없고 발전동력으로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거점국립대와 지역중심국립대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거점국립대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거점국립대학을 제대로 키워 대학의 창업역량을 만들어 주자”며 “이를 위해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지원이 아니라 특성화한 유망한 대학에 한 해 2000∼3000억 원씩 과감하게 집중 지원해 대학이 주어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거점국립대 육성위한 맞춤형 지원 필요


■ 부산대

연구중심대학전환이 지역발전에 도움

9개 거점국립대학이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므로 획일적 지원보다는 대학 상황에 맞는 지원도 고려해야한다.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부산대의 경우 첨단바이오융합, 사물인터넷, 스마트신소재, 지역거점재난안전, 해양자원개발 등 ‘5대 미래산업 육성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전략을 구체화 하고 있다. 이들 분야는 모두 부울경 지역의 핵심산업 이거나 미래 먹거리 산업들이어서 부산대 발전이 지역발전과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동남권 의생명 특화단지 조성’이 현 정부의 지역공약으로 채택됨에 따라 부산대가 양산 캠퍼스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산·학·연·병’ 클러스터를 구축해 ‘부울경의 바이오헬스케어 4차산업 미래성장 거점화 한다는 계획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부산대가 거점국립대 중 최초로 연구중심대학이 된다면 지역발전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은 물론이고 지방정부의 지원도 촉구했다. 전 총장은 또 “부산의 개방성에 부산 소재 27개 대학들이 가진 창조적 에너지가 조화를 이룬다면 지역 혁신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전북대

천연물의약품 개발위해 약대 신설 필요


지역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전북대는 고온플라즈마응용연구센터,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LED농생명융합기술연구센터, 미국로스알라모스연구소 아시아분원, 농축산용 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유네스코 인가 NGO 무형문화연구소 등 세계적 수준의 7대 연구소를 바탕으로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전북대의 거점국립대 역량은 연간 방문객 1천만 명 이상을 불러들이고 경제효과도 1234억 원에 달하는 전주 한옥마을의 조성, 유지, 발전에 기여해 전주의 문화적 역량을 발굴하고 확대시키는데도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은 “대학 캠퍼스도 지역특성을 담아내 대학과 지역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전북대 캠퍼스를 국내 대학 최초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 전주의 문화적 이미지와 연계한 한스타일 캠퍼스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또 “천연물의약품 개발 인프라가 잘 돼 있는 전북대가 약대를 유치한다면 대학발전과 더불어 국부창출과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주대

특례법 제정으로 거점국립대 역할 확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교육 및 연구중심대학으로 역할하고 있는 제주대는 지역산업에 도움을 주고 시대적 흐름에 맞는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연구 및 교육역량을 쌓고 있다. 대학은 제주문화와 창의융합MICE, 해양바이오, 아열대 생물, IT융합과 청정에너지 분야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대가 가진 교육기능의 강화를 위해 유학생 프로그램인 ‘진리프로그램 7+1’에 2016년 도비 86억 원을 투자했고 파견 비용도 부담하는 등 교육의 질 향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대는 학교 안에 기업연구관 및 산학융합 캠퍼스관이 주축이 된 제주산학융합지구를 조성 중인데 ‘산학R&D-인력양성-고용창출’로 구성되는 선순환 고리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허향진 제주대 총장은 거점국립대가 더 많은 역할을 하기위해 ‘국립대학 육성을 위한 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허 총장은 “국립대가 초중등 교육기관과 같이 국립학교 설치령에 근거에 운영되면서 대학만이 가지는 특성과 자율성이 훼손됐고 또한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특례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조선업을 주름잡던 스웨덴이 조선업의 침체로 인해 조선도시인 말뫼시의 초대형 크레인을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할 때 스웨덴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을 방송은 ‘말뫼의 눈물’로 보도했고 ‘말뫼의 눈물’은 몰락하는 도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말뫼는 이제 유럽을 대표하는 생태도시로 탈바꿈해 ‘말뫼의 터닝’으로 더 알려지고 있다.

말뫼는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정보통신 등 신산업분야의 기업들이 모여 있는 혁신도시로 변모했고 코펜하겐과 덴마크까지 아우르는 ‘외레순 클러스터’의 핵심 지역이 됐다. ‘말뫼의 터닝’에서 중요 역할을 한 것은 대학이었다. 대학이 모여 협력대학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관련 기업 및 연구소가 들어왔으며 행정이 도움을 줬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대학이 도시를 먹여 살리는 ‘대학도시(Urban University)’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부만이 아니라 모든 부처가 참여해 종합적인 방안을 내놓는 방식으로 대학문제를 다뤄야 대학이 경쟁력을 갖고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몇 년간 대학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대학이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각광 받을 수 있다. 거점국립대학의 지역균형개발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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