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탈퇴 주도했던 강경파, 대화 복귀로 비치는것 원치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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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노동계와 대화]청와대 회동 불참, 민노총은 왜

문재인 정부가 친(親)노동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는데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왜 대화 테이블을 걷어찼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노동계에서는 민노총이 정치적 명분에 지나치게 집착한 데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트라우마’, 내부 강온파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이 얽혀 ‘악수(惡手)’를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노총이 이번 행사를 청와대와 조율하면서 내건 핵심 요구조건은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배제 △산하 16개 산별노조, 연맹 대표 전원 만찬 참석 등 두 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은 1999년 2월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18년 동안 노사정(勞使政)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당시 지도부는 정리해고 법제화에 합의했다가 내부 반발에 밀려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민노총 지도부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민노총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노사정위 복귀를 두고 격렬한 내홍을 겪었다. 당시 온건파인 이수호 위원장이 노사정위 복귀 안건을 대의원대회에 상정하려 하자 내부 급진파가 회의장에 시너와 소화기를 뿌리는 등 물리력을 동원해 개회 자체를 막았다. 이 사건 이후 민노총은 강경파가 꾸준히 득세하며 지속적으로 지도부를 장악해왔다.


민노총이 문 위원장의 참석을 거부한 것도 사회적 대화에 대한 신경증에 가까운 거부 반응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노총은 문 위원장 참석을 두고 정부와 언론이 사회적 대화 참여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는 후문이다. 민노총은 줄곧 노사정 대화가 아닌 노정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사정위원장과 경영계를 배제하고 정부와 직접 노동 문제를 교섭해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복역 중인 한상균 위원장 사면을 요구하기 위한 정치적 압박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노총이 산하 16개 산별노조와 연맹 대표 전원을 만찬에 참석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 역시 내부의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민노총 지도부를 거치지 않고 강경파의 일부 노조와 온건파 노조만 따로 접촉해 초청하려 하자 주류 강경파가 “정권 입맛에 맞는 노조만 부르는 것이냐”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도부는 16개 산별, 연맹 대표 전원을 참석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청와대가 난색을 표하자 불참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실질적 대화 형식을 갖추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1부 간담회 참석자를 늘리자는 수정 제안을 했고, 민노총이 이에 대해 답이 없어서 암묵적 묵시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대화 보이콧’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민노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내셔널센터(산별노조의 중앙조직)로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전문성이나 정책적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치적 명분이나 내부 권력 다툼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의 한 원로는 “민노총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유일한 길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대화에 나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성열 ryu@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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