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정상급 예우한 문재인 대통령… 한노총 “대화복귀 절차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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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노동계와 대화]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 ‘노발대발’ 건배 제의에 폭소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와의 
대화’에 참석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만찬에서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는 뜻에서 ‘노발대발’로 하겠다”고 
건배 제의를 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이날 민노총이 “노정 간 대화 자리에 배석한다”며 불참 이유로 든 문성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왼쪽)도 앉아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 ‘노발대발’ 건배 제의에 폭소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와의 대화’에 참석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만찬에서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는 뜻에서 ‘노발대발’로 하겠다”고 건배 제의를 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이날 민노총이 “노정 간 대화 자리에 배석한다”며 불참 이유로 든 문성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왼쪽)도 앉아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청와대는 24일 노동계 인사들과의 만찬 회동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이날 회동의 1부 행사는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청와대는 “본관 접견실은 주로 정상급 외빈 접견 시 사용된다”며 “노동계 예우 차원에서 접견실에서 사전환담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부 만찬에 앞서 진행된 티타임에는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를 위해 청와대가 주문 제작한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이름의 차가 처음으로 나왔다. 재계 인사들과의 회동보다 다소 늦었지만 더 신경 써서 노동계를 예우한다는 뜻을 다각도로 보여준 것이다. 이런 청와대의 노력에 한국노총은 사실상 노사정위원회 복귀로 화답했다.

○ 文, “노동계는 국정의 파트너”

문 대통령도 인사말에서 노동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1980년대 부산에서 인권 변호사로 일하며 노동계를 대변했다. “오늘 이 자리가 많이 기다려졌고 조금 설레기도 했다”고 운을 뗀 문 대통령은 “우선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국정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게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한국노총 지도부와의 사전 환담에서 한국노총 지도부는 대통령과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는 ‘8자회담’과 첫 노사정위 회의에 문 대통령 참석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만찬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여러 대화의 틀을 폭넓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한국노총의 제의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제안한 8자회담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한다”며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문제뿐 아니라 주거 교육 사회안전망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일단 노사정 대표자 첫 회의를 문 대통령이 주재한다면 노사정위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통 정권 초기 노사정 첫 대표자 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해온 것을 감안하면 복귀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사실상 공감대를 이룬 것”이라며 한국노총의 복귀를 기정사실화했다.

한국노총이 이날 청와대 만찬 직후 노사정 대화 복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사회적 대화는 물꼬를 트게 됐다.

○ 민노총 불참으로 빛 바래

외빈용 茶… 만찬은 용금옥 추어탕에 가을전어 청와대는 평창 겨울올림픽 때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정상 등
 외빈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제작한 차인 ‘평창의 고요한 아침’(위쪽 사진)을 24일 노동계 인사들과의 차담회 때 처음으로 
내놓았다. 이날 만찬의 주 메뉴로는 서울 중구에서 1930년대 문을 연 용금옥에서 만든 추어탕과 가을철 음식인 전어도 함께 
나왔다(아래쪽 사진).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의 속설처럼 양대 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달라는 청와대 
의중을 반영한 메뉴다. 청와대 제공
외빈용 茶… 만찬은 용금옥 추어탕에 가을전어 청와대는 평창 겨울올림픽 때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정상 등 외빈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제작한 차인 ‘평창의 고요한 아침’(위쪽 사진)을 24일 노동계 인사들과의 차담회 때 처음으로 내놓았다. 이날 만찬의 주 메뉴로는 서울 중구에서 1930년대 문을 연 용금옥에서 만든 추어탕과 가을철 음식인 전어도 함께 나왔다(아래쪽 사진).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의 속설처럼 양대 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달라는 청와대 의중을 반영한 메뉴다. 청와대 제공
하지만 민노총이 이날 간담회와 만찬에 모두 불참해 노정 간 대화 정상화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다. 민노총이 끝까지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대화 역시 반쪽으로 굴러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말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노총이 당장 노사정위에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완성하기 위해 정부가 앞으로 민노총 달래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로서도 반쪽짜리 노사정위를 무작정 밀고 나가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민노총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며 “다음 기회에 같이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찬에서 여건이 된다면 문 대통령이 민노총을 별도로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건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노사정위 복원을 위해 이날 행사에 공을 들였던 청와대는 민노총이 불참을 통보하자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민노총의 불참에 “대화를 하자는 자리에 이렇게 나올 수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날 회동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노총 지도부와 산하 산별노조 위원장들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SK하이닉스 노조는 협력업체 처우 개선을 지원한 모범사례라는 점, 국회환경미화원 노조는 공공부문의 선도적 정규직 전환모델이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찬의 주 메뉴로는 청와대가 서울 중구 음식점인 용금옥에서 가져온 추어탕이 제공됐다. 청계천 인근 노동자들이 즐겨 먹은 메뉴임을 감안한 것. 또 전태일 열사가 즐겼다는 콩나물밥과 가을 음식인 전어도 함께 나왔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의 속설처럼 양대 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달라는 청와대의 뜻을 담은 메뉴였다. 이에 앞서 진행된 차담회에서 건배 제의를 받은 김 위원장은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는 뜻에서 ‘노발대발’로 하겠다”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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