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특허 소송전 치열할수록 신시장 개척 위축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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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관련 특허 분쟁은 세간의 큰 이목을 끌었다. 스마트폰 산업의 두 거대 공룡이 벌인 특허 분쟁은 스마트폰 산업의 주도권 확보 경쟁에서 특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스마트폰 산업 내 진행 중인 특허 분쟁의 강도와 기업들의 글로벌 제품 시장 전략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와 흥미롭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스마트폰 제조사의 분기별·국가별 판매 수량 자료를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로부터 입수했다. 이를 토대로 각 제조사의 국가별 판매 비중을 산출해 기업별 제품 시장 전략의 변화를 분기별로 추적했다. 특허 분쟁이 얼마나 격렬한지는 스마트폰 특허 소송 및 관련 활동에 대한 분기별 기사 건수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스마트폰 제조사들 간 특허 소송전이 심화될수록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북미나 유럽처럼 특허권 보호 수준이 높은 선진국보다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 특허권 보호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판매 비중을 확대했다. 이는 삼성과 애플 등 산업 내 주요 기업 간 특허 소송이 치열해질수록 다른 기업들 역시 유사한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기술 혁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해주는 특허의 긍정적 요인보다 특허 소송 패소에 따른 위험 부담이 기업의 제품 시장 전략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특허 소송전이 치열해질수록 신시장 개척보다는 기존 시장 수성에 집중했다. 제도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판매 전선의 확대는 특허 소송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또 특허권 보호가 약한 국가에 판매를 집중하는 경향은 보유 중인 특허가 적고 특허권 보호가 약한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일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중국의 샤오미 같은 신흥 스마트폰 업체가 선진국 시장 진출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98@gmail.com
#dbr#특허#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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