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마흔둘 막둥이의 마지막 사법시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2일 18시 00분


코멘트


#.1
마흔둘 막둥이의 마지막
사법시험

#.2
어머니는 20년간 도시락을 쌌습니다.
10년은 아들의 학창시절을 위해, 다음 10년은
아들의 사법시험을 위해서였죠.

#.3
21일 어머니는 아들의 ‘마지막 도시락’을 쌌습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관.
‘제59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이 열렸죠.

#.4
아들을 먼저 시험장에 보낸 뒤 어머니는 시험장 앞을 찾았습니다.
한 손에는 어김없이 도시락이 든 가방이 있었죠.
지난 10년간 사법시험일마다 늘 하던 일이었습니다.

#.5
애가 타는 듯 계속 휴대전화를 열고 닫으며 시간을 확인하던 어머니는
시험장을 바라보며 아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6
그의 아들은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늘 ‘우등생’이었습니다.
재수 끝에 서울의 한 사립대 법학과에 진학하여
‘사시 패스’를 목표로 삼은 아들은 오로지 책만 들여다봤죠.

#.7
20대 후반에 사법시험 1차 시험에 붙었지만
더 이상 서울에서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서울에서 지낼 생활비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아들은 고향으로 내려와 어머니 식당일과 밭일을 도우며 용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까지 했습니다.

#.8
하지만 합격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습니다.

1차 시험에 3차례나 붙었지만
끝내 최종 합격까진 가질 못했죠.

#.9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그저 미안하기만 합니다.

“아들 뒷바라지 능력이 안 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못 보내 미안하다”

-어머니

#.10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아들의 출세를 위한 사다리가
영영 사라진다는 생각에 어머니는 자주 밤잠을 설쳤죠.
이날 시험장 주변에 모인 다른 응시자의 가족과 친구들은 초조해 보였습니다.

#.11
“서른 살 딸을 뒷바라지하려고 아내와 함께 강원 원주시에서 올라왔다. 딸이 집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고 해서 근처 숙소에서 밥까지 해 먹였다”
-정모 씨(64)

장수생이나 초심자나 마지막 시험이 안타까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나야 이렇게 시험이라도 봤지만 후배들은 아예 기회조차 없게 된 것이 안타깝다”
-한 응시자

#.12
이번 2차 시험은 나흘에 걸쳐 치러집니다.
10월 12일 응시자 186명 중에서 약 50명의 합격자가 발표되죠.
이들은 3차 시험인 마지막 면접만 무사히 통과하면
마지막 ‘사시 패스’의 주인공이 됩니다.
원본: 이호재 기자
사진 출처: 동아일보DB·뉴시스·뉴스1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신슬기 인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