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손가락 없어도… ‘히말라야 14좌’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김상훈기자 입력 2017-03-17 03:00수정 2017-03-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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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김홍빈, 중증 장애인 3명과 로체 원정대 발대식 손가락이 없으면 로프를 잡을 수 없다. 빙벽에 피켈(등반용 얼음 장비)을 힘껏 찍을 수도 없다. 손가락을 잃는 것은 전문 산악인에게 ‘산을 그만 오르라’는 사형선고다. 히말라야 등정은 ‘미친 짓’이다. 하지만 열 손가락이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53)은 이런 반응에 시큰둥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손이 없으면 발로 하지요, 뭐. 하체 근육을 키우면 돼요.”

김 대장이 세계 4위의 고봉인 히말라야 로체(8516m)에 오르기 위해 24일 네팔로 떠난다. 2015년 도전했다가 네팔 대지진으로 발길을 돌린 바 있으니 재도전인 셈. 16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로체 원정대 발대식이 열렸다. 발대식에 앞서 14일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2009년 1월 히말라야 14좌 중 다섯 번째로 등정에 성공한 다울라기리(8167m) 정상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 김 대장. 동아일보DB
김 대장은 2006년 가셔브룸Ⅱ(8035m)를 오른 것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에 도전하고 있다. 에베레스트(8848m), 마칼루(8463m) 등 총 9개의 봉우리를 올랐다. 이제 로체, 안나푸르나(8091m), 브로드피크(8047m), 낭가파르바트(8126m), 가셔브룸Ⅰ(8068m) 등 5개 봉우리가 남았다. 이번 원정도 히말라야 14좌 등정 프로젝트의 일환인 셈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가 있단다.

“중증 장애인 3명이 원정에 참여합니다. 5년 전 구상한 계획인데 이제야 실천하게 됐네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도전하고, 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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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빈 대장(가운데)의 광주 사무실에서 정영웅(왼쪽) 이진기 등 로체 원정대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광주=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그와 함께 가는 이진기 대원(49)은 왼쪽 팔이 없고, 정영웅 대원(46)은 오래전 사고로 몸 왼쪽이 마비됐다. 나정희 대원(50)은 상이군경 출신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전남 월출산, 제주 한라산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김 대장 또한 지체 2급 장애인이다. 뭉툭한 그의 두 손이 눈에 들어왔다.

“1991년 북미 알래스카 매킨리(6194m)를 등정하다 정신을 잃었어요. 잘 먹지도 못하고 무리하게 등반한 게 원인이었죠. 탈진, 피로, 고소증이 겹쳐 조난됐다 16시간 만에 구조됐지요.”

꿈에 나타난 어머니는 “너는 오래 산다더라. 걱정하지 마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일곱 번의 수술 끝에 손목은 살렸지만 끝내 손가락은 까맣게 죽어 버렸다. 이후 한동안 삶은 고통 그 자체였다. 도와주는 이가 없으면 화장실에도 갈 수 없었다. 처음으로 혼자 팬티를 입고 양말을 신었을 때, 혼자 문을 열고 소변을 해결했을 때 펑펑 울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하자!”

1997년 등반을 재개했다. 목표는 7대륙의 최고봉을 모두 오르는 것이었다. 유럽 엘브루스(5642m)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아시아 에베레스트, 남미 아콩카과(6959m), 북미 매킨리, 오세아니아 카르스턴스(4884m), 남극 빈슨매시프(4897m)를 12년 만에 완등했다.

내년에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산에 오르면서 스키도 함께 배웠던 그는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출전을 노린다. 9일 열린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알파인스키 남자 입식부문 2관왕이 되면서 평창 겨울 패럴림픽 출전 자격은 획득했다. 다만 대회 참가에 필요한 포인트 획득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김 대장은 5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에 도전할 계획이다. 8월에는 장애인들과 함께 백두산을 오른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여길 때 가능하게 만드는 게 진정한 도전 아닐까요?”

그의 삶은 지치지 않는 도전으로 요약된다. 그의 도전은 어쩌면 희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광주=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산악인 김홍빈#히말라야 14좌#로체 원정대 발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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