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 4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1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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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

24일 사설을 통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식화한 뉴욕타임스(NYT)는 그 다음날인 25일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에 반대하는 이유를 똑같은 지면을 할애해 조목조목 제시했다.

NYT는 트럼프가 15개월 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멕시코 이민자를 성폭행범으로 치부할 때부터 "트럼프의 시각이 사려 깊은 정치의 산물이 아니라 위험한 충동과 냉소적인 인기영합의 산물임이 뚜렷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후에도 "거짓과 분노에 사로잡힌 주장과 개인적 모욕, 외국인혐오로 뭉친 민족주의, 성차별로 점철된 선거운동"을 펼쳤음에도 수많은 미국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유권자들은 (26일 있을) 첫 TV대선토론을 통해 트럼프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직시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NYT는 이후 트럼프에게 덧씌워진 4개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거명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그 요약이다.

▼'돈벌이의 마법사'=트럼프가 엄청난 부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차례 파산 경험이 있으며 사기성을 의심받는 사업을 했다. 또 트럼프가 클린턴을 포함한 다른 대선 후보들이 공개한 세금 납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그런 불투명한 경영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러시아에 한 의문스러운 투자는 대통령이 됐을 때 '이해관계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심지어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자신의 자선재단에 출연된 돈에서 25만8000달러나 손을 댔다.

▼'거침없는 직설가'=트럼프의 발언에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고,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일이 잦다는 것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할 방법이 있다면서 지상군 파견 여부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을 반복하면서 구체적 전략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선 'IS에 누출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110만 명에 이르는 불법이민자 추방공약에 대해서도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20개 주요 이슈에 대해 117차례나 입장 번복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그런 자신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선 맘대로 고소할 수 있게 명예훼손법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협상의 달인'=트럼프는 자신의 협상력으로 미국채무를 탕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늘 빚더미를 안기 마련인 부동산업계에서나 통하는 방식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와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국제 금융시장에선 먹힐 리가 없다. 게다가 트럼프는 자신이 세금을 10조 달러나 줄일 수 있다고 큰 소리 쳤지만 최근엔 그 액수가 3조 달러로 줄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중국, 이란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동맹국은 물론 적국으로부터도 신뢰를 잃어 콜린 파웰 전 국무장관으로부터 "국제적 왕따"란 평가까지 받았다.

▼'변화의 동력'=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변화의 방향성이 문제다. 무역전쟁을 촉발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고 부유층을 위한 세금감면으로 재정 악화를 초래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도입해 수백만 명이 가입한 건강보험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를 대체할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가 가져올 변화의 목록은 더 많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기후협약을 취소하고, 물고문을 허용하고,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고, 몸수색을 포함한 불심검문을 허용하고, 국민을 총기로 무장시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의 성격에 매료됐던 유권자들은 잠시 멈춰 그가 과하고 있는 자질들, 큰소리치기, 자신에 반하는 이들에 대한 잔인한 조롱, 여성 비하 발언, 거짓말, 국가와 종교에 대한 조악한 일반화를 즉시하라"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사설을 끝맺었다.

"우리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 세대의 역할 모델이다. 이것이 정녕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본보기란 말인가?"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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