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대책 특별위원장 “미혼모 자녀에도 같은 복지 혜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탈출!인구절벽]나경원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 위원장 인터뷰

나경원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보건복지의 차원이 아닌 다양한 측면에서 저출산 고령화의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나경원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보건복지의 차원이 아닌 다양한 측면에서 저출산 고령화의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나경원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장(사진)은 21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혼모나 동거 가족의 출산을 다양하게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위를 중심으로 결혼 외 자녀도 법적 결혼으로 출생한 아이와 동일한 복지 혜택을 받는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나 위원장은 “기성세대가 아닌 청년의 눈에서 바라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결혼없는 출산 포용하는 정책 필요” ▼

미혼모나 동거 가족에서 태어난 자녀도 법적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와 동일한 복지 혜택을 받도록 하는 정책이 추진된다. 또 고령화 대책으로 60대를 대상으로 한 의무 재교육 도입이 모색된다.

나경원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53·새누리당)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미혼모나 동거 가족으로부터 태어난 자녀가 법적 결혼으로 출생한 자녀와 똑같은 복지 혜택을 받는 제도와 이들을 폭넓게 인정하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특위가 앞장서서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 위원장은 우리 저출산의 원인을 청년 세대의 가치관 변화에서 찾았다. 가족이라는 굴레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삶을 더 중시하는 청년층에 결혼과 출산은 지나치게 버거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나 위원장이 언급한 프랑스는 1993년 출산율이 1.65명까지 떨어졌다가 미혼 부모 및 자녀에 대한 관대한 정책을 펼친 결과 2012년 출산율 2.0명을 회복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출생아 50%가량이 결혼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에는 동거 관계도 결혼한 부부와 똑같은 권리를 행사하며 ‘미혼부, 미혼모’라는 말 자체가 없다. 다음은 나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프랑스 등 유럽과 달리 전통적 유교 가치관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미혼 부모와 자녀의 인정은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기성세대의 의견은 그렇다. 하지만 청년의 눈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굴레에 얽매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기에 결혼과 출산이 청년에게 주는 삶의 의미는 너무나 무겁다. 하지만 결혼 없이 동거를 통해서도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이 아이가 아무런 제도적 문화적 차별을 받지 않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또 동거를 긍정하는 문화가 되면 오히려 결혼과 출산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저출산의 원인을 일·가정 양립, 보육, 사교육, 부동산 문제에서 찾는 게 더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당연히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모색하겠다. 하지만 기존과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계획이다. 가령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주입식 사교육을 하는 게 무의미할 수 있다. 현재의 직업 상당수가 앞으로 10∼20년 후엔 없어진다는 예측이 있다.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펼쳐질지 면밀히 예측하고, 여기에 적응할 인재를 키우는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불안감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나 위원장도 ‘워킹맘’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무엇이 가장 힘든가.

“나도 판사 임관 당시 한 대법관이 ‘출산휴가가 60일인데 다 쓰면 안 되는 것 알고 있느냐’고 물어 가슴이 철렁했던 적이 있다. 물론 20여 년이 지난 지금 여성 및 출산과 관련한 제도와 문화는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출산율이 오히려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나는 출산 여성이 우대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출산가산점제를 공공기관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함께 언급되지만 고령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고령화 문제는 어떻게 접근할 계획인가.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래서 특위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별개로 접근할 계획이다. 우선 60대를 대상으로 한 의무 재교육 도입을 추진하고자 한다. 초중학교 의무교육처럼 60대 이상이 되면 반드시 교육을 받도록 해 이를 통해 70대 이후까지 일할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10년 이상 추진하고도 해결하지 못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6개월 내외로 운영되는 국회 특위가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급하다. 속도감 있게 일하려고 한다. 저출산 문제는 전 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것인 만큼 보건복지부하고만 이야기하진 않겠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청년의 의견을 많이 듣고, 그들이 진정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가 되도록 문화와 가치관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나경원#저출산대책#미혼모#복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