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첨단 아이디어 무기로 대륙 누벼… ‘촹커 한류’ 도전장

구자룡특파원 , 전주영기자 입력 2016-05-10 03:00수정 2016-05-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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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글로벌 챌린지의 현장]<5>선전 한국청년들 ‘차이나드림’
중국인 사로잡은 금색 디자인 한국인 청년 4명이 설립한 디자인 벤처 ‘디자인 방위대’는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저장 성에서 창업했다. 가운데 커피 메이커는 대당 가격이 2만 달러에 이른다. 찬물 또는 상온의 물을 이용하여 장시간에 걸쳐 우려내는 더치커피를 만드는 제품으로 금으로 도금돼 있다. 중국 부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왼쪽부터 이승용, 신동건, 김윤지, 구석모 씨.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지난달 말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 시 푸톈(福田) 구의 한 사무실에서 ‘차이나 드림’을 꿈꾸는 ‘이지웨이’ 우경식 대표(36)를 만났다. 이 회사는 중국과 홍콩을 오가는 관광객에게 인터넷, 스마트폰 앱으로 렌터카를 예약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우 대표는 이곳에 오기 전 미국 뉴저지에서 창업에 도전했다가 6개월 만에 실패의 쓴맛을 본 ‘글로벌 창업 재수생’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중국으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우 사장은 “중국 현지 렌터카 회사들이 전화로 예약을 받는 것을 보고 예약 시스템을 앱, 인터넷 방식으로 바꾸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촹커(創客·창의적인 벤처사업가)’의 요람으로 꼽히는 선전에는 우 씨처럼 대륙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 청년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 ‘촹커 한류(韓流)’ 이끄는 선전의 한국 청년들

내수와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중국에서 ‘제2의 알리바바’와 ‘샤오미’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플랫폼으로 하는 모바일 경제는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寶庫)다. 중국 정부도 한 해 600만 명이 넘는 대학 졸업생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 지원과 촹커 육성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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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인 선전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사장님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창업이 활발하다. 제품 디자인과 시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소형 공장이 많은 데다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는 벤처캐피털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KOTRA 선전무역관 박은균 관장은 “중국 벤처캐피털의 3분의 1이 선전에 있어 한국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인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하는 ‘더알파랩스’의 이준희 대표(27)도 올해 2월 선전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선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투자회사의 지원을 받아 ‘중국 제조업의 성지(聖地)’인 선전에 진출한 것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을 하겠다고 했더니 ‘특별한 경력도 없고, 학벌도 변변찮은데 글로벌 기업 구글이 제작하는 첨단 기기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며 “더 큰 기회와 시장을 찾아 꾸준히 도전하다 보니 중국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업의 창업 기지로 꼽히는 선전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분야에서도 창업이 활발하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회사인 텐센트, 드론 제조회사인 DJI 등이 선전에 본사를 둔 회사들이다.

한류 연예인의 메이크업을 주제로 동영상을 만드는 창작자를 발굴해 인터넷에서 글로벌 스타로 데뷔시키는 ‘레페리’의 최인석 대표(27)도 선전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카페를 돌며 창업을 준비했던 그는 지난해 7월 선전의 거대 부동산 기업 ‘싱허(星河)그룹’이 운영하는 선전 룽강(龍崗) 구 ‘선전 글로벌 ICT센터’에 입주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한류 연예인 스타일의 메이크업 동영상이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것에 착안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디자인, 미디어 등 창조산업의 무대 넓어져


중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 유학생들도 중국 현지 청년들과 함께 창업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을 통해 앱을 설치하고 사용 빈도에 따라 사용자에게 보상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2014년 6월 상하이(上海)에서 ‘머니 라커(MONEY LOCKER)’를 창업한 강민규 대표(29)도 유학생 출신 창업자다. 상하이에서 고교를 다닌 그는 상하이 푸단(復旦)대를 졸업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 브랜드 신발을 중국에서 구매해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에 팔거나, 한국의 한류 기사를 중국인 친구와 함께 중국어로 번역해 온라인 매체에 제공하며 창업 경험을 쌓았다.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디자인 방송미디어 등 창조적인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뛰어드는 한국 청년도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저장(浙江) 성 이우(義烏)에서 창업한 기능성 디자인 전문회사 ‘디자인 방위대’의 사장은 4명의 한국인 청년들이다. 신동건(35·건축) 구석모(29·제품기획) 이승용(30·시각디자인) 김윤지 씨(36·여·가구)는 기능성 볼펜부터 커피메이커까지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생활용품을 제작한다. 이들은 이달 초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 ‘농업전람관’에서 열린 ‘2016 베이징 디자인’ 전시회에 1대 가격이 최고 2만 달러(약 2300만 원)인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무동력 커피메이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신동건 공동대표는 “중국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심미적 기준이 깐깐해지고 있다”며 “한국인의 창의적 디자인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류의 인기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디어 관련 스타트업의 기회가 되고 있다. 차오양 구 예술특구와 맞붙은 751구역에서 창업한 ‘플러스원 미디어’의 정혜미 대표(33)는 한국에서 ‘방송 코디’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신서유기’ ‘무한도전’ ‘슈퍼차이나’ ‘최후의 제국’ 등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중국 현지 기획 제작에 참여했다. 동아일보와 KOTRA가 진행한 중국 창업경진대회 수상 경력도 있는 그는 “중국 전역의 방송국이나 인터넷 미디어 등과의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사업 영역을 한국 프로그램 판매 등 ‘판권 소싱’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에 2014년 10월 진출한 ‘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강정우 지사장(30)은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와 함께 나오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도 주목을 받고 있다”며 “한국에서 OST를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전=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촹커#차이나드림#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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