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의심상자에 ‘신이 처벌’ 아랍어 협박메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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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총리 “테러방지법, 조속 통과를” 국회에 요청
경찰, 공항 화장실서 지문 19개 채취… 밀입국 베트남人 3주전 사전답사
입국장 화장실서 정장 갈아입고 도주… 출입국관리직원 3분여 자리 비워

경찰은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서 발견된 폭발물 의심 물체에서 아랍어로 된, 테러를 암시하는 협박성 메모지를 발견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31일 인천공항경찰대에 따르면 폭발물 상자 안에서는 브로콜리, 양배추, 바나나 껍질 등과 함께 A4용지 절반 크기의 메모지 한 장이 나왔다. 메모지에는 아랍어로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이고 신이 처벌한다’는 내용이 컴퓨터 프린터로 인쇄돼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 문구가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 단체가 사용하는 꾸란 경전의 내용이나 문법과 맞지 않아 외국어 번역기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화과자 상자의 생산연도와 주요 판매처 등을 단서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가 생산하는 이 화과자는 인천공항에도 입점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의심 물체가 발견된 화장실 변기 등에서 지문 19개를 채취해 분석하고 공항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 밀입국한 베트남 환승객 N 씨(25)는 그에 앞서 3주 전 인천공항을 다녀갔던 것으로 확인돼 사전답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N 씨가 인천공항에서 일본 나리타행 비행기에 부친 가방에서 국내 연락처 여러 개가 발견됨에 따라 국내 지인이나 브로커가 밀입국을 도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N 씨가 자동출입국심사대를 뚫고 밀입국하던 때를 전후한 3분여간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법무부 자체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 직원은 “옆 심사대에 입국자가 많아 근무자를 더 투입하라고 이야기하러 갔었는데, 직접 갈 게 아니라 전화를 했어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N 씨는 29일 오전 4시 57분경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갈색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오전 5시 28분경 2층 입국장 화장실에서 검은색 양복과 흰색 와이셔츠로 갈아입은 뒤 오전 7시 33분 공항터미널을 빠져나와 3층 택시 승강장 쪽으로 걸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사진)는 최근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밀입국이 잇따르자 31일 ‘공항 테러·보안대책’ 관계 장관 회의에서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연이은 밀입국 사고가 있었는데 이들이 테러범이었다면 큰 불행이 생길 수도 있었다”며 보안 강화를 지시했다. 이어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긴밀한 국제 공조와 함께 국가 전체의 컨트롤타워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테러방지법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인천국제공항#폭발물#아랍어#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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