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의 법과 사람]남경필의 연정, 朴대통령 움직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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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논설위원
최영훈 논설위원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나라가 두 동강 날 것만 같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국정화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42%로 똑같게 나왔다. 여와 야가 불꽃을 튀길 만큼 첨예하게 맞선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6개월 남은 내년 총선은 잔뜩 깔린 인화물질이다. 교과서 논쟁이 역사전쟁으로 비화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여야 대결한 ‘동물 도의회’

급기야 중앙 무대에서 지방으로 여야 정치권의 격돌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어제 부마항쟁 기념행사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김에 국정화 반대의 열기를 지방으로 확산시키려 애를 썼다. 경기도의회는 15일 여야 소속 도의원들이 몸싸움 끝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聯政) 실천 이후 경기도의회는 소통과 대화의 모범을 보였다. 그러나 중앙 이슈 때문에 도의회의 평화는 한순간에 깨져 버렸다. 야당의 남성 의원이 의장석을 점거한 여당 여성 의원을 번쩍 들어 끌어내는 장면은 화제가 됐다. 오랜만의 ‘동물 도의회’ 모습에 “도의회가 생기가 돈다” “드디어 도의회가 정상화됐다”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남 지사는 국정화에 반대하는 쪽이다. 남 지사는 국정화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 전인 지난달 11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출연한 토크쇼에서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은 “남 지사도 반대한다”며 당시 발언을 상기시키고 있다. 역사전쟁 정국이 되면 처신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도의회는 야당 78명과 여당 50명의 여소야대 구도다.

경기도의회의 ‘정상화’로 남 지사의 연정 실험은 고비를 맞을 것인가. 경기도 관계자들은 “중앙 이슈인 교과서 문제에 오래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야 대결구도는 더욱 가파르게 변할 것이다. 연정 실험이 아직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역사전쟁이 본격화하면 흔들릴 수도 있다.

남 지사가 사회통합부지사를 야당 몫으로 배정할 때까지도 사람들은 그의 연정 실험에 반신반의했다. 부지사 자리를 하나 야당에 주고 시늉만 하다 말 것으로 여긴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자리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인사제도 개혁에 나섰다. 6개 공공기관장을 야당과 협의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했다. 선진적인 첫 도덕성 비공개 검증은 중앙당이 도입하기 위해 참고했다.

경기도 연정은 의석 과반수를 이루기 위한 독일의 연정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남 지사는 연정을 ‘연합정치’라고 말한다. 어쨌든 여야정책협의회를 제도화해 소통과 협치로 도정의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의 10%를 도의회에 맡겨 편성한 데 이어 내년에도 본예산의 10%를 맡길 계획이다. 인사에 이어 예산 편성까지 투명하게 개혁하겠다는 복안이다.


역사전쟁 막을 대안 없나


남 지사는 “연정 실험을 중앙 정치에도 접목할 수 있다”고 했다. 총선 전 제1당에 국무총리를, 제2당에 부총리를 나눠주는 ‘분권(分權) 제안’을 할 것을 대통령 측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역사전쟁을 앞둔 집권여당의 귀에 이런 목소리가 들릴 리 없다. 경기도의 연정 실험이 승자독식과 대결구도의 정치를 혁신하는 단초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기를 바란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역사 교과서 국정화#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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