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중국 여성 과학자의 노벨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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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투유유 중국중의과학원 종신연구원이 중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투는 2010년 류샤오보(평화상), 2012년 모옌(문학상)에 이은 세 번째 중국인 수상자이지만 첫 과학 분야 수상자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더구나 중국에서 최고 과학자에게 주는 원사(院士)나 박사학위, 유학 경험이 없는 ‘삼무(三無) 과학자’였다. 100만 명이 넘는 말라리아 환자를 구하는 특효약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하고도 여성에다 박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간 제 몫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

▷마오쩌둥은 1950년 첫 전국보건위생회의에서 보건 4원칙의 하나로 ‘중의(中醫)와 서의(西醫)는 서로 단결해야 한다’는 ‘중서 결합 방침’을 내세웠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으로 서양의학을 도입하며 전통의학을 폐지한 것과 대비되는 조치다. 그 중심에 있는 기관이 1955년 설립된 중국중의연구원이다. 이때부터 중국 의료는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이 융합하는 방식으로 독특하게 발전했다. 중의연구원은 2005년 중의과학원으로 승격됐다.

▷저장 성 출신인 투는 1955년 베이징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중의연구원에 들어가 85세가 된 지금까지 중국 전통의 천연 약물에서 신물질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노벨상을 안겨 준 말라리아 퇴치약도 1600년 전의 고대(古代) 의서를 읽다가 영감을 얻어 중국 전통 약초인 개똥쑥에서 추출했다. 투의 이름 유유(ff)가 ‘사슴이 울며 들판의 풀을 뜯는다’는 시경 구절에서 따온 건데 세계적으로 이름값을 한 셈이다. 비과학적이며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중의학에 대한 비판과 불신도 이번 수상으로 상당히 해소하게 됐다.

▷전통의학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과 다른 길을 걸었다. 한의학은 서양의학과는 별도로 독자적 세력과 영역을 구축했다. 정부는 한의학을 창조적으로 계승한다는 취지로 1994년 한국한의학연구원을 설립했으나 한약 유래 신물질 개발이나 임상시험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허준의 ‘동의보감’을 가진 나라로서 중국의 눈부신 성과가 부럽기만 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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