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 대신 빵 택한 이란… 세계의 관심은 이제 북한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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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상 13년만에 타결]중동 핵확산 저지 전기 마련

총성 없는 외교전의 승리였다. 협상과 타협으로 미국과 이란은 ‘마의 장벽’으로 불리던 핵무기 개발 금지와 금융 제재 해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이란 핵 협상 타결 직후 백악관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차단했다. 이번 협상은 신뢰가 아닌 검증에 기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이란 핵무장 금지는 이행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몰래 만들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했고,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모두 공개하고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4일 협상안은 미국에 절대 굴복하지 않던 이란에 처음으로 ‘핵무장 금지’라는 약속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더해진다.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까지 끌어들여 국제적인 신뢰도 끌어올렸다.

이날 최종 협상안에는 ①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핵 사찰 ②경제제재 조건부 해제 ③재래식 무기 거래 조건부 해제 등 핵심 쟁점을 망라하고 있다.

백미는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핵사찰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필요하면 언제든, 어디서에서든 국제사회의 사찰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이란은 이 문제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버텼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 의회와 국제사회에서 동의를 받아내기 힘들다고 여기고 협상을 밀어붙였다. 하루라도 빨리 금융 제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란의 심리를 이용하기도 했다.

결국 이란은 이번 협상에 참여한 6개국과 함께 구성하는 중재기구를 통해 사찰 여부를 조율하는 최종 타협안에 합의했다. 이란은 그동안 공개를 거부해 온 중부 파르친의 고폭(기폭) 장치 실험 시설을 국제사찰단에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프로그램에 참여한 과학자 인터뷰까지 양보했다.

서방 측 협상단은 이란의 과거 핵 활동에 대한 점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맡겼다. IAEA는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 있던 2003년 이전 이란의 핵 활동을 포함해 이란 핵시설과 인력에 대한 사찰 결과를 올해 12월 15일경 양측에 제출할 계획이다.

협상의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이란의 재래식 무기 금수 조치는 5년 동안, 탄도미사일 제재는 8년 동안 유지하는 것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이란은 무기 거래를 할 수 있는 시기를 얻어냈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역시 ‘이란이 핵무기 포기 의무를 다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핵무장 포기의 대가로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개발의 길을 터줘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란이 비핵화 의무를 이행할 경우 내년 초부터 금융 및 경제 제재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65일 안에 금융 제재를 다시 가하도록 했다. 지난해 말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합의에 이어 외교적 승리를 거머쥔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 상대방인 이란과 협상 승인권을 가진 의회를 향해 단호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은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이라는 ‘당근’도 얻었다. 이란이 나탄즈 시설에 국한해 신형 원심분리기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것도 협상의 산물이다.

현재 이란이 핵무기 1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브레이크아웃 타임)은 2, 3개월로 추정된다. 이번 협상에는 이 시간을 1년 이상으로 늘렸다. 핵무기 제조에 들어가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플루토늄 생산을 억제함으로써 이 시간을 늘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란은 앞으로 10년 동안 나탄즈 한 곳에서 원심분리기 5060기를 상업용 우라늄 농축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아냈지만, 신형 모델에 대해서는 10년간 IAEA의 통제를 받게 된다. 사용후 핵연료 역시 이란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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