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보조금 33년간 1조900억 지급… 감사 한번도 안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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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이 일면서 여야가 뒤늦게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의 개선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0년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가 시행된 뒤 33년 동안 약 1조900억 원의 국민 세금이 정당에 보조금으로 지급됐다.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세금이 정당에 지급됐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정당 국고보조금과 관련한 외부 감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의 보조금 사용 명세를 조사할 수 있지만 감사원이 정당 국고보조금을 감사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정당의 수입 중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30%가 넘는다. 하지만 정당들은 국고보조금 사용 명세를 선관위에 신고할 뿐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선관위는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그 명세를 공개한다. 지난해 새누리당에 지급된 보조금은 363억 원, 새정치민주연합 338억 원, 옛 통합진보당 60억 원, 정의당 41억 원 등 총 800억 원이나 된다.

정치자금법상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정책개발비에 30%, 지방당 지원에 10%, 여성정치발전에 10%를 쓰고 남은 돈으로 당 사무처 인건비, 조직 활동비 등에 지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 정당이 국고보조금 사용 명세와 관련해 허위 영수증을 선관위에 보고하고 쌈짓돈처럼 유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그나마 선관위가 정당별로 신고한 명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용 사실이 드러난 거여서 제대로 된 감시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선관위에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 국고보조금 부정 집행 적발 건수는 20여 건에 이른다. 법정 용도 외 사용, 허위 보고, 차명 계좌 개설 등 정치권에서 국민 혈세를 눈먼 돈처럼 펑펑 쓴 셈이다.

그동안 여야는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말뿐이었다. 20일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엄청난 국가 예산을 쓰면서 제대로 된 외부 감시 장치가 없다”며 “야당이 반대하면 새누리당이라도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이 수백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지만 감사원 감사 한번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다”며 정당 개혁 차원에서도 감사원 감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부 의원은 “(국고보조금을) 선관위에 신고하고 있는데 마치 국회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당 국고보조금은 특수활동비와 달리 사용 명세를 선관위에 신고하고 있지만 정치 혁신 차원에서 국민에게 투명하게 그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전면적인 외부 감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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