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내면 할인”… 탈세 노린 검은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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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3월의 주제는 ‘정직’]<55>카드 결제, 정직한 경제 첫걸음

직장인 A 씨(33)는 나이트클럽을 갈 때 현금을 꼭 챙겨간다. 신용카드를 쓰면 부가가치세와 카드 수수료 명목으로 현금 결제액의 10% 이상을 더 내기 때문. 보통 클럽의 방 1곳에서 놀 경우 술값을 포함해 30만 원 정도지만 카드로 결제하면 3만∼4만 원을 더 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재화, 서비스 구매 금액의 50.6%가 신용카드로 결제된다. 프랑스(3%) 독일(7%)은 물론이고 신용카드 비중이 높은 캐나다(41%) 미국(28%)보다도 높다. 신용카드가 보편화된 것은 정부가 탈세를 막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소득공제 등을 통해 신용카드 사용을 전폭적으로 장려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택시와 전통시장 등 신용카드를 잘 받지 않던 곳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수수료 지원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해졌다. 특히 소득이 있는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신용카드를 보유할 정도로 보유율 역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나 업종에 따라 여전히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카드로 결제할 경우 부가세(10%)와 수수료(자영업자 평균 3%) 명목으로 웃돈을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다. 유흥업소 등 일부 자영업자들은 물론이고 병원이나 법률사무소 등 전문서비스업으로 갈수록 더 그렇다. 직장인 B 씨(30·여)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현금 150만 원을 일시불로 내고 레이저시술을 5번 받았다. 병원 측은 “카드로 결제하면 1번에 40만 원이지만 현금 일시불로 결제하면 1회당 10만 원씩 깎아주겠다”고 했고 B 씨도 이에 동의했다. B 씨는 “10만 원이나 깎아준다는데 카드로 결제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한 번에 현금으로 결제하는 게 부담스럽긴 했지만 다른 병원보다 싼값에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옷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C 씨(50)도 카드 결제를 요구하는 손님에게 부가세를 별도로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사업자가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부가세 등을 명목으로 웃돈을 요구할 경우 1차 적발 시 5%의 가산세가, 2차 적발 시부터는 5%의 가산세나 20%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는 “인건비에 부가세와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 결제는 ‘정직한 경제’의 첫걸음이다. 사업자들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이유는 부가세와 수수료 부담 외에도 추후 부과될 세금을 어떻게 해서라도 줄여보려는 것이다. 카드 결제는 매출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도 조금이라도 더 할인을 받으려고 판매자의 부당행위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현금영수증이 보편화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카드 결제가 정직한 경제를 만들어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소비자들도 판매자들의 부당 행위에 눈감지 말고 적극 신고해 이런 관행이 사라지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현금#할인#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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