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美 양적완화 같은 파격 조치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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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연속 0%대 물가상승률… “때 놓치면 정책 대응 못할수도”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은 ‘디플레이션이냐, 아니냐’를 놓고 교과서적 논쟁을 할 시간이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위적인 정책이 다소 효과를 내는 인플레이션 국면과 달리 디플레이션이 일단 시작되면 거의 모든 정책수단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만큼 경기의 숨통을 틔우고 경제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려한 대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줄어들어 물가가 다시 떨어지는 ‘축소 균형의 늪(디플레이션 악순환·deflation spiral)’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소득 감소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실질 채무부담 증가에 따라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가 연쇄 도산하는 등 일본식 장기불황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1990년대 초부터 20년 동안 이어진 일본의 장기불황 당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였던 시기 못지않게 0%대였던 시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 연속 0%대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제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사회 전반에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확산되는 점 등이 일본의 침체기와 닮은꼴이다.

현재 정부는 한국의 저물가 추세가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 측면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위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도 지난해 9∼12월 1%대로 떨어졌다가 올 들어 겨우 2%대로 올라선 것이어서 안정적 추세라고 보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가장 우려되는 만큼 선제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며 “때를 놓치면 정책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제 구조개혁을 추진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완화 정책을 편 것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없는 길’을 걸어간 것”이라며 “지금 우리도 학문적 논쟁에 매달리지 말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경제체질 개선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디플레이션#양적완화#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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