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은 대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이웃인가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에서 한국에 대한 소개를 ‘우리나라와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로 고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1월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했다가 올해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고쳐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적 가치’는 한국의 헌법정신이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몇 글자로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사실이 부정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본 측의 한국에 대한 서술이 간단해지는 것이 양국 관계가 냉랭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양국 관계가 악화된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해에 벌어지고 있는 불행한 단면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 사법, 한국 사회에 불신이 있다”고 말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기소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며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를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로 삼은 데 대한 불만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만 견고하면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북아에서 이익을 지켜 나가는 데 별문제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최근 “과거사 갈등은 한국 중국 일본 3국 모두의 책임”이라고 한 발언이 일본에 그릇된 신호를 줬을 수 있다. 미국은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해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그의 발언을 한중 양국에서 비판하자 서둘러 진화하기도 했다. 과거사를 부인하는 일본을 미국이 계속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간 동북아 외교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외교부는 “어떤 경위로 변경된 것인지 일본 정부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 과거사 문제에는 원칙을 갖고 대처하되 대국적 견지에서 한일 우호 관계는 발전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일본의 로비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역사의 진실을 확립하는 외교에 더욱 힘쓰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