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 기계공학부, 차 만들고 로봇 조립하고…역시 결론은 기계야 기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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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대 기계공학부(기계설계전공) 4학년 조성진 씨(26)는 23일 EM코리아에 첫 출근했다. EM코리아는 터널 뚫는 기계(TBM)를 국내 처음으로 양산하고 있는 강소(强小) 기업. 그는 4학년 때 산학트랙 과정을 밟아 이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몸담을 회사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A380 랜딩기어 부품과 K9 자주포 부품은 물론 밸러스트 수(水) 생산까지 하고 있고, 창원과 함안에 공장이 있다”며 줄줄 읊었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부산 출신의 조 씨는 대학 입시 때 B대 전자공학과, K대 조선공학과에도 합격했으나 창원대 기계공학과를 택했다. 주변에서 창원공단 옆에 있는 기계공학과가 더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고 본인의 생각도 그랬다. 역시 잘한 선택이었다고 그는 생각한다.

조 씨는 대학에 들어와 전공 공부 외에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한 게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 그는 지능 로봇을 만드는 ‘햇귀’ 멤버. 햇귀는 지난해 제3회 자율로봇 경진대회(창원대 주최)에서 싸움부분에 2개 팀을 출전시켜 대상과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싸움 부분은 정해진 선 밖으로 상대 로봇을 밀어내거나 넘어뜨리는 대회다. 여기에는 차체설계, 센서코딩, 바퀴 선정 등에 배운 전공지식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고 창의력도 필요하다. 예컨대 바퀴가 적으면 균형을 잡기 어렵고 너무 크면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몸체도 알루미늄으로 할지 다른 금속으로 할지, 내부 센서보드를 무엇으로 할지 고려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계공학부(기계공학전공) 2학년 윤성남 씨(23)는 자작차동아리인 AK 팀장이다. AK는 파이프로 만든 차체에 125cc 엔진을 장착해 오프로드를 달리거나 3시간 정도 주행으로 내구력을 겨루는 대회에 매년 참가해왔다. 제대 후 지난해 초 복학한 윤 씨는 기어박스 분야를 맡아 전체 일정을 조정하는 팀장으로 참여했다. AK는 그해 영남대 주최 대학생 자작차 대회에서 종합 3위에 올랐다. 군산에서 열린 국제대학생자작자동차대회에서는 튜닝과정에 문제가 생겨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AK는 2008년 영남대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는 역량 있는 동아리. 그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이 동아리에 가입했다”며 “장래 취업분야도 자동차나 부품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대 기계공학부. 이 학과는 국가 기계산업단지인 창원공단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창원공단은 1974년 구미의 전자산업단지, 여수의 석유화학단지와 함께 설립된 기계산업 특성화 공단이다. 창원공단에 필요한 기계산업 인력 보급을 위해 만들어진 게 바로 창원대 기계공학과다. 이 학과는 2014년 교육부의 지방대학특성화학과(CK-1)로 지정됐다. 한마디로 명품학과라는 뜻. 미생물학과도 CK-1로 지정됐는데 창원대는 경남지역에서 유일하게 명품학과 2개를 보유한 것을 자랑거리로 삼고 있다.

기계공학은 공학의 기초 학문이다. 항공우주분야를 비롯한 첨단 분야는 물론 자동차 조선 건설기계 등 공학의 모든 분야와 연계돼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쓰임새는 더 넓어졌다. 그래서 그 시너지를 더 키우기 위해 창원대는 지난해 기계공학과와 기계설계학과를 합쳐 기계공학부로 확대 개편했다. 그런데 그 기계공학부는 더 넓은 규모의 메카트로닉스 학부에 속해 있다. 메카트로닉스란 ‘기계(mechanics)+전자(electronics)’. 기계와 전기전자 제어 등을 통합해 융복합의 대세를 반영하겠다는 창원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창원대는 융복합의 대세를 반영, 20년 전부터 메카트로닉스 학부를 운영해왔다. 기계공학부는 메카트로닉스 학부에 속해 전자 전기 제어 등 분야도 부전공 또는 연계전공 형태로 이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물론 다른 과도 마찬가지.


홍대선 메카트로닉스 학장의 말이다.

“기계는 전통산업이다. 어찌 보면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교육 내용과 방식을 고집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산업의 발전경향은 전통적인 기계 산업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다. 그래서 이 분야는 점점 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걸 딛고 일어서려면 지능형 기계나 초정밀 기계, 신 에너지 산업 등의 융복합 산업처럼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해야 한다. 기계공학부는 이런 추세에 맞춰, 또 특성화 우수학과 사업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기계 산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 인재를 양성해왔다.”

창원대 기계공학부는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면서도 전통적인 기계분야 교육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 이는 창원대가 창원 기계공단 옆에 위치한 입지적 여건과 무관하지 않다. 기계설계전공 4학년 오원정 씨(26)는 “커리큘럼에서 고체역학, 열역학, 유체역학, 정(靜)역학, 동(動)역학 등 공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5대 역학이 모두 들어있다”며 “3학년 때 창원 공단의 업체에 가서 한 달 정도 실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현업에서 일하다 온 교수가 많아 단순한 이론만이 아니라 실용적인 내용까지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 측도 교과과정 중에 현장 실습과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캡스톤디자인(capstone design)이 좋은 예다. 캡스톤 디자인이란 산업현장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의 해결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졸업논문 대신 직접 설계해 만든 작품을 제출토록 하는 종합설계 교육프로그램. 학생들이 팀을 이뤄 로봇이나 자동차, 초소형 발전기 등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조영태 교수(생산공학·매뉴팩처링엔지니어링 전공)는 지난해 캡스톤디자인 수업 때 학생들과 정밀레이저가공장치와 자동파이프용접장치를 만들었다. 그는 삼성기술연구소에서 7년간 연구원으로 몸담은 경력이 있어 현장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창원대 기계공학부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산학트랙이 많다는 것이다. 산학트랙은 대학과 기업이 협정을 맺어 그 기업에 맞는 교과목을 이수하게 한 뒤 특채하는 형식의 제도. 창원대 산학트랙은 ‘EM코리아’ 산학 트랙과 ‘현대 위아’(기아차 부품조달 기업) 등 기존의 2개 트랙 외에 올해 5개가 더 생긴다. 경남도와 공동으로 지역중견기업 5곳과 함께 5개 산학트랙을 더 만들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취업난 시대에 5명이 더 취업할 수 있게 된다.

창원대 기계공학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특성화사업 및 우수학과 1단계 사업을 진행한다. 이 기간에 ‘Me-PSI : Mechanical engineers for Professional, Specialized, International’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전국 최고의 국가 기계산단에 공급할 고급 인력 양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전공과정을 심화하고 장학금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교류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학과는 80%대의 취업률을 자랑해왔다. 주요 진출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STX조선해양 두산그룹 삼성테크윈 등 대기업은 물론 덴소풍성전자 강림중공업 등 창원공단 내 중소기업이다. 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원자력발전소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재료연구소 등 공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에도 진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최근 경기침체의 여파로 취업률이 다소 떨어졌지만 특성화 사업을 통해 취업률은 물론 취업의 질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계공학부는 입시 때마다 대학전체에서 1, 2위를 다투는 인기학과다. 그만큼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입학 정원은 84명으로 꽤 많은 편이다. 장학금도 풍성해 2013년에 1학기엔 학생 1인당 105만 원, 2학기엔 122만 원씩 돌아갔다. 지난해에는 특성화사업단의 생활비 지원 장학금도 신설돼 재학생의 약 16%가 1학기에 50만 원씩 지원받았을 정도다.

창원=윤양섭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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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대 기계공학과 로봇제작 동아리 회원들이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뒤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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