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대회 준비를 돕던 20대 인턴과 재직 학교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상습 강제추행)로 1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서울대 수리과학부 K 교수(53)와 관련해 2일 서울대 분위기는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1946년 서울대 개교 이후 현직 교수에게 성추행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재영 서울대 협력부처장은 2일 본보 기자와 만나 "수사가 빠르게 진행됐다"며 "영장이 청구될 정도로 K 교수의 혐의가 크다는 데 충격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북부지검 형사 3부(부장검사 윤중기)는 "K 교수가 여러 명에게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무겁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밝혔다.
서울대에 따르면 K 교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 자체가 서울대 내부 징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검찰이 K 교수를 기소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김 부처장은 "서울대 인사규정 상 교수에 대한 기소가 확정되면 수업, 연구 등 모든 활동을 중지하는 '직위해제'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직, 파면 등 중징계 역시 징계위원회만 거치면 확정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성추행 피해 학생들이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자 K 교수와 피해 학생 중 일부를 수차례 불러 수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학생을 상대로 강 교수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게 드러났고 성폭행까지 이르진 않았다"고 밝혔다. 신체접촉 피해가 확인된 학생 수는 10명 내외. 수사 과정에서 K 교수는 혐의를 모두 시인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 교수의 영장실질심사는 3일 오전 서울 북부지법에서 열린다.
K 교수에게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에 서울대 학생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김해미루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의장은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벌여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료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비대위 역시 e메일을 통해 "K 교수가 구속되면 보복 가능성에 위협을 느낀 피해자가 안심할 수 있다"며 "속히 구속영장이 발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대 교수들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이정재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은 "(K 교수 사건은) 교수가 학생과의 관계에서 절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기 때문에 일어났다"며 "반면교사로 삼아 교수와 학생 간 '갑을 관계' 해소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 교수(62)의 성추행 의혹이 일자 사표를 즉시 수리해서 학내 논란이 일었던 강원대 관계자는 "K 교수가 구속되면 우리 학교 여론도 더 악화될 것 같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법정 공방과는 별개로 서울대 내부 조사는 난항이 지속될 전망이다. 사건 당사자인 K 교수가 사건이 알려진 지난달 중순부터 '두문불출'하고 학교와도 연락이 잘 안되는 상태다. 피해 학생들 역시 "신변 보호가 잘 안될 것 같다"며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K 교수가 차라리 구속되면 서면으로라도 K교수에 대한 조사를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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