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입김에 ‘과감한 병영 혁신’ 후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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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문화 혁신 밑그림 마련]
한계 드러낸 민관군 혁신위
軍사법제도 전면개혁 흐지부지… 국방부, 예산확보에만 매달려

당초 군(軍)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꿔놓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개혁안이 자칫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부에서 군의 비밀주의, 폐쇄성을 제어하기 위해 도입을 검토했던 제도적 장치들은 채택되지 않은 채 군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영혁신위가 근본적 개혁안을 내놓기보다는 단기적 처방에 치중하면서 군 예산 확보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방부는 올 8월 병영혁신위를 출범시키면서 학계와 종교계, 병사, 부모 등을 참여시켰다. 전체 135명의 병영혁신위 위원 중 절반이 넘는 75명을 민간 인사로 채우면서 개혁에 대한 의지도 보여줬다. 6월 육군 22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에 이어 7월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전모가 뒤늦게 드러나는 등 군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군 당국이 나름의 특단 조치를 취한 셈이었다.

병영혁신위 산하의 복무제도 혁신분과 위원회는 당초 핵심 개혁과제로 꼽혔던 군 사법체계의 전면적인 개혁과 군 옴부즈맨 도입을 혁신안에 포함시켰다. 군 사법체계를 민간에 넘겨 지휘관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독립된 민간 조직이 군 내 인권 침해를 비롯한 부조리를 감시하겠다는 것.

하지만 7일 열렸던 2차 전체회의에서 이 방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군 사법체계는 현행대로 남게 됐고 군 옴부즈맨 제도 역시 도입을 검토한다는 원론적 차원에 그쳤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병영혁신위 보고서에도 “옴부즈맨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되 군 본질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모호한 문구를 집어넣었다.

군 당국이 병영혁신위를 통해 허울뿐인 개혁을 외치면서 예산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방부는 분과별 위원들을 예산편성 담당 국회의원들에게 보내 예산 따내기에 매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병영혁신위가 민간 영역을 참여시키는 모양새만 갖췄을 뿐 군 당국이 주도해 군의 입맛에 맞춘 ‘보여주기식’ 개혁안만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병영#국방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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