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생인 메구미는 1977년 니가타 시의 중학교에서 배드민턴 연습을 마친 뒤 실종됐다. 김정일은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메구미 납북을 인정하고 이미 자살했다며 2004년 유골을 일본으로 보냈으나 DNA 검사 결과 다른 사람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극비 보고서에 따르면 메구미는 1994년 완전격리 병동에서 숨져 다른 시신 5구와 함께 야산에 매장됐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 같은 어제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공동조사에 관여한 일본 정부 인사 3명의 명함까지 첨부돼 있어 일본이 발뺌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부인하는 것은 메구미 사건이 갖는 폭발력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메구미는 일본이 주장하는 납북 피해자 12명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메구미의 비참한 최후가 알려질 경우 대북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아베 신조 총리도 성난 민심의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메구미의 가슴 아픈 최후를 접하며 북의 인권 실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납치문제대책본부를 두고 한 해 12억5700만 엔(약 118억 원)의 예산으로 납북자 해결에 전력을 다하는 것도 부러운 대목이다. 우리에게는 메구미의 남편 김영남 씨를 포함해 517명의 6·25전쟁 이후 납북자가 있다. 납북자 송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