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배우, 무대]저택화재 장면때 LPG로 불기둥 연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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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뮤지컬 ‘레베카’에서 맨덜리 저택이 불타는 모습. 올해 공연에서는 지난해 초연에 비해 불기둥 수를 늘리고 불 관련 영상도 추가해 보다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레베카’에서 맨덜리 저택이 불타는 모습. 올해 공연에서는 지난해 초연에 비해 불기둥 수를 늘리고 불 관련 영상도 추가해 보다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시종일관 지속되는 음산한 긴장감, 거듭되는 반전, 폭발적이고도 매혹적인 선율의 노래,

관객의 눈과 귀를 세 시간 내내 빨아들이는 뮤지컬 ‘레베카’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는 무대 전체가 활활 타오를 것 같은 맨덜리 저택의 화재 장면이다.

지난해 국내 초연 후 이달 초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초연에 비해 이번 공연에서는 더 웅장하고 화려하게 연출한 맨덜리 저택 화재 장면이 눈길을 끈다.

맨덜리 저택의 화재는 주인공인 ‘나’와 남편 막심이 과거를 잊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게 만드는 주요 장치. 사별한 아내 레베카를 잊지 못해 힘든 나날을 보내던 막심과 결혼한 ‘나’는 맨덜리 저택 곳곳에 남아 있는 전처의 흔적에 짓눌린다. ‘나’에게 알 수 없이 적대적이던 집사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고 저택에 불을 지른다.

실감나는 화재 장면을 위해 유럽 공연에서는 실제 불을 사용했다. 저택 계단의 곡선 손잡이를 타고 불이 번지고 바닥 곳곳에서도 불기둥이 치솟는다.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는 “유럽 공연을 영상으로 본 관객들 사이에서 국내 공연이 원작에 비해 화재 장면이 약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번 재공연에선 강렬하고 급박한 화재 장면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유럽 공연만큼은 아니지만 이번 재공연에서는 실제 불의 사용을 늘렸다. 저택 바닥에서 치솟는 불길이 초연 때는 한 줄이었지만 이번에는 세 줄로 늘었다. 하지만 안전과 비용 문제로 화재 장면의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다. 정 디자이너는 “바닥에서 치솟는 불기둥 높이를 80∼90cm로 하고 싶었지만 공연장 측과 논의한 결과 40∼50cm 높이로 낮췄다”고 말했다.

나무로 제작된 저택 계단에는 실제 불 대신 스모그로만 처리했다. 방염 처리를 한 목재를 사용하더라도 철판으로 된 바닥만큼 불을 견딜 수 없기 때문. 그 대신 컴퓨터그래픽(CG) 등을 이용한 영상효과를 보강해 불길이 더 맹렬하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조각상이 추락하는 영상을 추가하고 천장의 샹들리에가 떨어질 때 내는 굉음의 음향을 키워 긴박감을 높였다.

블루스퀘어 측도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영돈 블루스퀘어 무대기술팀장은 “LPG통은 환기가 되는 격실에 보관하고 배관 연결부위 등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점검을 받고 있다”며 “소품도 주기적으로 방염 처리를 해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제 불을 사용하는 만큼 공연 시작 전 비상구를 안내하는 방송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원 팀장은 “모든 출입구 안쪽과 바깥쪽에 직원이 각각 배치돼 직접 안내를 하게 된다. 직원들은 한 달에 1회 이상 화재 등에 대비해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기 오만석 엄기준 옥주현 신영숙 리사 임혜영 오소연 출연, 11월 9일까지, 6만∼13만 원. 1577-6478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레베카#맨덜리 저택#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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