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여름 ‘창비어린이’에 발표된 글 한 편이 조용한 동시 동네에 균열을 냈다. 창비 상임기획위원인 김이구 문학평론가(56)는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란 글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거들떠보지도 않는 ‘동시 동네’를 강하게 비판하며 “동시단이 해묵은 관습을 버리지 않는다면 동호인의 자기만족을 위한 마당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3년 ‘창비어린이’ 창간 편집위원을 맡은 후 기성 작가들의 동시를 읽으며 느낀 갑갑함을 참지 못해 쓴 글이었다.
김 평론가는 글에서 우리 동시단의 4무(無)를 지적했다. 바로 △시적 모험이 없다 △자기 작품을 보는 눈이 없다 △비평다운 비평이 없다 △타자와의 소통이 없다 등이다. “평가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 동시 보는 눈이 없다”는 반박과 김 평론가의 재반박이 이어지며 그해 동시 토론회, 심포지엄까지 열렸다. 그는 물러나지 않고 7년간 꾸준히 쓴 동시 비평글을 묶어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창비)를 이달 출간했다. 동시 문학계에선 평론가도 평론집도 귀하다.
어린이가 직접 동시를 쓴다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김 평론가는 “동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를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동시를 읽고 써본 어린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동시단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좋은 시인을 추천하는 일에는 적극적이다. 그는 어린이의 삶을 잘 담아내는 남호섭, 어린이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정유경, 상상력이 탁월한 김륭 시인을 추천했다.
김 평론가는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많은 시들이 있는데 동시는 빠져 있다. 지하철을 타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동시를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손가인 인턴기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