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성규]자연에 발자국 남기지 않는 휴가 보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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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규 환경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류의 다음 문제는 여가(餘暇)의 미래 역할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고 역저 ‘역사의 연구’에서 말했다. 여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인류문명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내 생활의 활력을 되찾고자 산자수명한 곳으로 하계휴가를 떠나는 여가문화가 정착된 지 꽤 되었다. 야생 동식물로 대표되는 자연은 다소 훼손되어도 원상회복하는 복원력을 갖고 있지만 훼손 정도가 도를 넘으면 치유 불가능한 상흔으로 남는다. 이러한 상흔이 쌓이면 자연은 끝내 생명을 잃게 된다. 생명을 잃은 자연으로부터 우리 인간은 아무런 위안도, 생명의 에너지도 얻을 수가 없다.

우리의 어떤 행위가 자연을 훼손하고 치유할 수 없는 상흔을 남길까? 자기 쓰레기를 버려두고 오거나 야생 동식물을 마구 잡거나 캐는 행위 등을 우선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쉽다. 휴가 과정에서 발자국조차 자연에 남기지 않으면 훼손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토록 쉽고 자명한 방법의 큰 의미를 미처 자각하지 못하거나 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다. 쓰레기 투기는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생각이 다른 것과 같은 의식구조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버리고 온 비양심은 누가 청소할까? 바로 자연이다. 장맛비, 태풍우 등이 청소해 다시 우리에게 돌려준다. 독일 중북부 루르공업지대는 2차 세계대전 후 라인 강의 기적을 일으킨 중심 지역인데, 루르 강이 공업지대를 관통하여 라인 강으로 흘러든다. 이곳에는 “루르 강은 다섯 사람의 위를 통하여 흐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즉, 상류에서 먹고 버린 물을 하류에서 먹게 된다는 뜻이다.

한편 야생 동식물 경시 풍조는 곤충을 채집해 오라는 여름방학 숙제의 영향이 컸다. 매미채를 들고 부모와 산으로 들로 매미를 잡으러 가곤 했던 학습효과에 기인한 듯싶다. 인간의 손길이 자연에 미치면 십중팔구는 개악으로 귀결될 뿐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

곰곰이 생각해 볼 게 또 하나 있다. 등산 갔다 하면 꼭 최정상을 밟아야만 직성이 풀리고 등산을 완성한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결과 산 구석구석이 등산로가 되면서 파여 나간다. 이로 인해 야생동물이 사는 공간들이 단절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최근 들어 산행문화가 바뀌고 있음은 불행 중 다행이다. 산꼭대기를 향해 돌격 앞으로 하는 데서 벗어나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 그대로를 감상하고, 호흡하며, 즐기는 것으로 낙을 삼는 산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 되도록 농어촌으로 휴가를 가서 자고, 먹고, 그곳 특산물을 사오기를 권한다. 도농 격차가 좁혀져야 모두가 웃고, 행복한 공동체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휴가#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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