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新정치1번지’ 서울 동작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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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구인 서울 동작을(乙)은 지리적으로 야권 성향의 관악구와 여권 성향의 서초구에 접해 있다. 16, 17대 총선에서는 야당이, 18, 19대 총선에서는 여당이 이겼다. 18대 총선 때 대선 후보 출신 ‘거물’인 여당의 정몽준 후보와 야당의 정동영 후보가 전략공천으로 격돌한 곳이기도 하다. 올해 6·4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얼마 전까지 이곳 국회의원이었던 정몽준 후보보다 야당의 박원순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정몽준이 의원직을 내놓고 떠난 동작을이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로운 ‘정치1번지’로 떠올랐다. 서울의 유일한 재·보선 선거구여서 상징성이 있는 데다 성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역 특성 때문에 이번엔 어느 쪽이 이길지가 1차적 관심사다. 여기에 후보 공천을 놓고 여야가 보여주는 행태가 가관이다. 새누리당은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낙하산 공천’ 후유증으로 난리법석이다.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 김종철 전 노동당 부대표, 유선희 통합진보당 최고위원도 출사표를 냈다.

▷새누리당은 처음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다 여의치 않자 지금은 나경원 전 의원에게 매달리고 있다. 연고도 상관없고 승리를 안겨 줄 카드냐가 중요하다. 새정치연합이 당내 분란을 자초하면서까지 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했는지는 미스터리다. 재·보선 여러 곳의 복잡한 공천 구도를 정리하고 ‘박원순 후광’의 경쟁력까지 고려한 김한길 대표의 작품이라는 얘기가 있고, 박 시장이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회찬 씨가 어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새정치연합을 향해 “대단히 오만하다”고 일갈했다. 그 당의 사무총장이 자신에게 출마를 만류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으로선 공천 후유증이 큰 터에 노회찬 같은 거물까지 야권 후보군에 합류하면 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까 봐 애가 탄 모양이다. 더구나 예전과 달리 야권연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다른 당 사람에게 출마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대체 어디서 배운 ‘새 정치’인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새누리당#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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