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수술 없이 풍선으로 치료하는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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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축농증 시술에 사용되는 풍선카테터.
축농증 시술에 사용되는 풍선카테터.
이진한 의사·기자
이진한 의사·기자
풍선은 유년 시절의 꿈으로 대변됩니다. 풍선(다섯손가락), 하늘색 풍선(지오디) 등 풍선을 소재로 한 노래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이 풍선이 이제 사람의 몸 곳곳에서, 예전에 이루지 못한 의료진의 꿈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즉 질병이나 노령, 사고 등으로 몸속이 막히고 좁아진 부위를 수술대신 넓혀 주는 역할을 풍선카테터(풍선이 달린 관)가 맡고 있습니다. 현재 풍선카테터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심혈관계 질환입니다.

이번에 심장혈관이 막힌 심근경색으로 심장시술을 받았던 이건희 회장에게도 사용된 의료기기입니다. 막히거나 좁아진 심장혈관을 뚫고 넓히기 위해 혈관 속에 가느다란 풍선카테터를 삽입한 뒤 풍선을 부풀려 주면 문제가 된 혈관이 뚫리면서 치료가 되는 것입니다.

최근엔 풍선카테터가 약물방출 풍선카테터(DEB)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풍선카테터는 시술을 했더라도 그 부위가 다시 좁아지는 현상(재협착)이 잦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심한 경우 대개 풍선카테터를 시도한 뒤 금속망을 다시 삽입하는 스텐트 시술을 합니다. 약물방출 풍선카테터는 스텐트 사용 없이 기존 풍선카테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풍선 표면에서 혈관의 재협착을 막아주는 특수약물이 분비되는 것입니다.

특히 말초동맥질환의 경우 풍선카테터 시술 뒤에 재협착이 잦았지만 이번 약물방출 풍선카테터가 등장해 의료진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심혈관계에서와 같은 원리로 좁아진 뇌혈관을 넓히기도 하며 심지어 대동맥 벽이 늘어져 파열 위험이 있는 대동맥류 환자에게도 사용이 됩니다.

또 혈관 이외의 다른 치료 분야에서도 풍선카테터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골다공증이나 교통사고 혹은 척추암 등으로 발생한 척추골절의 경우 해당 척추뼈를 다시 복구할 때도 풍선카테터가 사용됩니다. 골절이 발생한 부위에 풍선카테터가 들어가 공간을 만들면, 뒤이어 의료용 시멘트가 들어가 해당 척추뼈를 다시 만드는 방식입니다. 또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병인 척추관 협착증 치료에도 사용됩니다.

얼마 전엔 코 속이 막혀 심한 축농증이 있는 환자에게도 가느다란 풍선을 삽입해 축농증을 치료하는 시술이 도입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미국에서 사용하던 시술인데 국내에선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도입됐습니다. 이것을 만든 아클라런트라는 의료기기 업체가 존슨앤드존슨 메디컬에 합병이 되면서 글로벌 한 영업망을 갖춘 덕분입니다. 풍선을 부풀릴 수 있는 가느다란 풍선카테터를 축농증이 심해진 좁은 부위에 삽입해 풍선을 부풀려 막힌 콧속을 ‘뻥’ 뚫는 것입니다.

기존 치료는 뼈 또는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돼서 출혈도 신경 쓰이고 통증이 심한 반면 이 치료는 통증 흉터 출혈이 적고 회복 기간도 굉장히 빠릅니다. 이 시술은 현재 하나이비인후과병원과 한일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세 군데에서만 사용 중입니다. 하지만 장점이 많은 만큼 이러한 시술을 하는 병원이 차츰 늘 것으로 보입니다.

풍선카테터는 이외에도 비뇨기계 질환, 소화기계 질환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질병의 치료에서 그 모양을 달리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수술 안 하고 치료하는 풍선의 활약을 기대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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