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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동파

입력 2013-09-28 03:00업데이트 2013-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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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평전/왕수이자오 지음·조규백 옮김/375쪽·2만 원/돌베개
무원직의 ‘적벽도’(12세기). 적벽강을 유람한 뒤 소동파의 적벽부 고사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소장
‘손님은 기뻐하며 빙그레 웃고서 술잔을 씻고서 다시 따르니 안주는 어느새 없어지고 잔과 쟁반이 어질러진 채 서로 베고 배 안에 누워 자니 어느새 동녘이 훤히 튼 것도 모르고 있었네.’

중국 북송 때 시인 동파 소식(東坡 蘇軾·1037∼1101)의 대표작 ‘적벽부’의 이 구절이야말로 일반에게 각인된 그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당송팔대가에 드는 천재 문장가이자 동파육이라는 중국요리를 좋아한 미식가요 애주가라는 것이다.

옮긴이는 ‘누구나 소동파를 알지만 아무도 소동파를 모른다’고 장담하며 이 평전을 읽길 권한다. 저자는 중국 당송 문학 권위자이자 소동파학(소학)에 정통한 상하이 푸단(復旦)대 교수다. 옮긴이도 대학원 시절부터 소동파를 30년 동안 공부해 온 학자다. 두 사람은 소동파를 인연으로 만나 오랫동안 교감을 이어 온 사이다.

책은 소동파 입문서를 표방하며 그의 인생역정과 작품을 알차게 한 권에 담아 냈다. 우국지사, 개혁가, 인도주의자, 문장가의 다양한 풍모가 펼쳐지니 읽을 때마다 각기 다른 매력에 주목할 수 있다. 오래 두고 여러 번 읽기 좋은 책이다. 이번에 처음 읽어 보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그의 따뜻한 인간적 면모가 몸으로 전해졌다.

소동파가 26세 때 과거시험에 합격하고 아우 소철과 이별하며 시를 짓는다. ‘아우여 기억하는가? 차가운 등불 아래 서로 마주하던 때를. 밤비 내리던 소슬한 그 정경을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너는 우리의 옛 언약을 잊지 않았겠지? 높은 벼슬에 마음 흔들리지 말자고 한 것을!’ 동생과 이별을 하는 애잔함과 인간의 도리를 지키자는 든든하고 자상한 형의 마음씨가 느껴진다.

지방관 시절에는 백성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았다. 42세 때 부임지의 무너진 제방을 복구하면서 백성의 몸이 축나지 않도록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백성의 궁핍 앞에서 독서광인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시도 지었다. ‘가을 벼는 흉년 들어 얼마 없고 가을 보리는 종자조차 부족하다. 이 지방 사람들에게 늘 부끄럽구나. 그들의 피부에는 까끄라기가 박혔는데, 내가 평생 읽은 오천 권의 책은 한 글자도 굶주림을 구제하지 못한다니.’

64세에 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정치인으로서 소동파의 삶은 평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당시 왕안석이 추진한 신법을 반대하고 풍자했다가 기나긴 유배생활을 했다. 유배지에서 땅을 직접 개간하는 노동을 하면서 하층 백성들과 가깝게 어울리고 더 관심을 가졌다. ‘인간세상 행로 어려워라. 땅 밟는 사람은 모두 세금을 낸다네’라며 조정의 과도한 수탈을 비판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 소동파가 송나라 조정에 고려에 서적 수출 금지를 요구하는 등 고려에 대한 반감이 있었음에도 고려와 친숙했음을 강조한다. 반면 옮긴이는 소동파가 한국 고전문학에 큰 영향을 줬지만 고려에 편파적이고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부록으로 소동파가 고려에 관해 쓴 글을 수록해 놓았으니 독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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