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6개월]“추경 통한 경기부양 잘했다… 증세 이슈 일방통행엔 실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3일 03시 00분


경제정책 평가… 전문가 20명 “10점 만점에 6.1점”

《 이달 25일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된다. 동아일보는 경제 원로, 대학교수, 경제연구소 관계자, 재계 및 금융계 관계자 등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현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잘한 일’과 ‘못한 일’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 6개월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

25일로 출범 6개월을 맞는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가장 잘한 일은 ‘재정을 동원한 경기 부양’이고, 가장 잘못한 일은 ‘증세 이슈에 대한 소통 부족’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이 평가했다. 0%대 저성장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뚝심 있게 추진해 2분기(4∼6월) 1.1% 성장률을 이룬 점에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대국민 설득 과정이 미숙했던 대목에 큰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동아일보가 22일 경제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현 정부 출범 6개월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6개월이라는 기간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 크게 부족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각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방향과 방식을 살펴보면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이 분명히 구분된다고 입을 모았다.

○ 경제민주화보다 투자 활성화

응답자 중 가장 많은 12명이 정부가 잘한 일로 ‘경기부양’을 꼽은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경기침체로 글로벌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던 만큼 경제성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위기가 가시화할 때 외국인은 해당 국가의 경상수지나 성장률 같은 ‘숫자’를 근거로 투자금의 회수 여부를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모 인사는 추경 추진과 투자 활성화를 치적으로 꼽으면서 “인사 잡음이 있었고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좌우에 휘둘리지 않고 정책을 밀고 나간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정부가 경제민주화보다는 투자 활성화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본다. 서민 중산층 지원을 위한 복지재원을 마련하려면 경제의 규모를 키워 세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기가 악화되고 성장활력이 떨어지면 경제민주화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는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슬로건이지만 실체가 불투명해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이제부터는 경제의 본질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3명의 전문가는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정책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을 잘한 일로 꼽았다.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는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큰 위험요소인데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은행 대출이 부실해져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며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경기 부양뿐 아니라 가계부채 관리라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투자 활성화 등도 비교적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 “대통령은 국가원수, 직접 나서라”

잘못한 일로는 증세 관련 소통 부족(7명), 경제민주화 및 기업 대상 세무조사(6명), 리더십 발휘 및 정책 조정(3명), 규제 완화 등과 관련한 소극적 정책기조(2명), 창조경제 개념 정립(2명), 국회 설득(1명) 등이 지목됐다.

이 같은 지적들은 대부분 정책을 조율하고 이끌고 나갈 사령탑(컨트롤타워)이 없어서 생긴 문제들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세제 개편이나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는 개별 정책은 국회의 협조 없이는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일관된 논리를 갖고 국회를 설득하기는커녕 부처 간에 불협화음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이라는 지위에 머물지 말고 국가원수로서 왕성한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와 협력하는 관계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금의 조세부담률(19%) 수준으로는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힘든 만큼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의 토대 위에서 성장을 이룬 뒤 세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문제는 경제계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정부가 투자를 독려해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할 때면 기업들이 정책에 불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정부가 여전히 세무조사를 통해 기업을 옥죄려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는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노사분규가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노사 문제로 기업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해외에서 생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결국 국내 경제에 부정적”이라며 “정부가 일정 부분 조정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창조경제 분야는 여전히 모호”

전문가들은 정부 출범 6개월간 성과에 대해 10점 만점에 6.1점을 매겼다. 일자리 창출에 6.7점을 줬지만 창조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4.9점의 낮은 점수를 줬다. 한 전문가는 “일자리 정책이 아직 효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창조경제는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박하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점수를 매기지 않은 5명의 전문가는 아직 성과를 측정할 수 없다고 했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 6개월에 대해 점수를 매겨 달라는 요청에 “아직 수능 날짜가 많이 남았는데 지금 채점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몇 년이 필요한데 단기적인 성과만으로 현 정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현 정부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복지와 성장처럼 충돌하는 가치가 많아 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경제 여건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는 점을 인식해 이런 현상이 고착화되기 전에 잠재성장률을 올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설문에 참가한 전문가 명단(가나다순)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전 재정경제부 장관)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실장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거시분석실장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신용길 교보생명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본부장
정구현 KAIST 초빙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세종=홍수용·유재동 기자·신수정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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