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최정원, ‘변신의 귀재’ 되고픈 영원한 뮤지컬 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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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6일 0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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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최정원(44)과의 첫 만남은 놀라웠다. 반전의 연속이었다. 연기생활 25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명품 배우’ 최정원.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당연히 도도하고 까다로울 거라 예상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오해는 눈 녹듯 사라졌다.

구석진 자리에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공연을 위해 몸을 풀던 최정원은 “어머, 안녕하세요? 정말 반가워요! 한번 안아볼까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예상하지 못한 친절함과 다정함에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작아지고 말았다.

최정원은 요즘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 중이다. 자신이 맡은 벨마 켈리 역에 빠져 있다. 그와 ‘시카고’는 뗄 수 없는 인연이다. 최정원은 2000년 초연부터 13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시카고’에 출연했다. 초연 당시에는 록시 하트로 분해 그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고, 2007년에는 시카고의 또 다른 주인공 벨마 켈리로 농익은 연기를 선보였다. 최정원은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를 모두 연기한 유일한 여배우이기도 하다.

올해로 데뷔 25년을 맞은 최정원의 연기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시카고’. 지겨워질 법도 한데 오히려 “소풍을 가는 것처럼 설렌다”고 말했다.

“무대가 어떻게 지겨울 수 있겠어요. 늘 새로운 배우와 관객이 함께하잖아요. 그리고 시카고는 우리 배우들의 인생과 닮은 것 같아요. 록시 하트처럼 주목을 받으며 스타가 되다가도 언젠가는 한물간 벨마 켈리처럼 될 수 있잖아요. 또 극 안에서 자신을 사랑해야 하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자는 압축된 메시지가 세련되게 표현되고요. 센스 있는 뮤지컬인 것 같아요.”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남자를 살해한 여죄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뮤지컬은 섹시한 의상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남자들은 상의를 벗은 채 등장하고 여배우들은 망사와 시스루룩 등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는다. ‘시카고’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S라인과 탄탄한 몸매가 필수다. 최정원도 예외는 아니다. 매일 1시간씩 수영을 한 뒤 공연장으로 향한다. 이후에도 1~2시간씩 몸을 푼다.

“‘시카고’만 시작하면 다들 몸매가 좋아져요. (웃음) 매일 관리를 하니 좋아질 수밖에 없죠.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이런 몸매를 만들겠어요. 하하하. 게다가 건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더워도 에어컨을 잘 안 켜고 몸에 나쁜 음식은피하는 편이에요. 좋은 기량을 갖추는 것도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최정원은 후배들과 스태프들을 챙기는 마음도 풍성하다. 핀 조명을 받으며 연기를 할 때, 조명 스태프에게 감사의 인사로 윙크를 날리기도 하고 무대 뒤에서 자기 순서가 돼 나가는 후배들에게 일일이 “파이팅!”을 외치며 격려하기도 한다.

“저는 무대와 사람들을 사랑해 배우가 된 사람이에요. 함께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해야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고 그 공연으로 저는 관객들과 사랑할 수 있거든요.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에요.”

‘시카고’가 마무리 되면 또 다른 뮤지컬 ‘고스트’에 출연한다. 심령술사 오다메(우피 골드버그 분)로 변신한다.

관계자들은 최정원 같은 톱스타가 오다메를 맡기에는 너무 작은 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고스트’에 출연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최정원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고스트’라며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을 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고스트’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그는 “내가 가장 듣기 무서워하는 말이 ‘최정원은 늘 똑같은 연기야’라는 말이다”라고 했다.

“‘디바’, ‘여왕’이라는 수식어보다 ‘변신의 귀재’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배우가 스스로 연기 변신을 한다고 해도 관객들이 그 변신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거든요. 관객들이 평가할 때 ‘최정원은 늘 색다른 연기를 하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좋아요.”

최정원은 계속 변신을 거듭하며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 안에 또 다른 최정원이 얼마나 많이 살고 있을까”라고 웃으며 “앞으로의 무대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예쁘고, 노래를 잘 부르고, 춤을 잘 춘다는 말은 못하더라도 감히 그 누구보다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무대는 제게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예요. 무대가 제게는 행복이고 위안이 되는 곳이거든요. 무대에서 오랫동안 관객과 사랑에 빠져 살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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