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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허문명 기자의 사람이야기]문현진 세계평화재단 세계의장 겸 UCI그룹 회장

입력 2013-06-10 03:00업데이트 2013-06-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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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통일교는 잘못 가고 있다…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어
지난달 초 서울에 잠깐 들렀을 당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문현진 세계평화재단(GPF·글로벌피스파운데이션) 세계의장 겸 UCI그룹 회장. 그는 모든 질문에 막힘이 없는 달변이었다. 고교시절 아메리칸 풋볼의 주전을 맡았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한국 국가대표 승마선수로도 활약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4월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3남 문현진(44) 세계평화재단(GPF·글로벌피스파운데이션) 세계의장 겸 UCI그룹 회장의 홍보를 맡고 있다는 대행사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개성공단 문제로 남북이 긴장 모드인데 문 회장이 통일운동을 하면서 느낀 체험을 동아일보를 통해 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2008년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23개국에 지부를 둔 비영리민간기구인 GPF를 설립해 ‘하나님 아래 인류는 한가족’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가 종교 인종 간 장벽을 허무는 초(超)종교 평화운동을 하고 있다는 게 GPF 측의 설명이었다. 전기가 없는 나라에 친환경 태양광 랜턴을 보급하고 황폐해진 케냐 나이로비 강과 네팔 바그마티 강 재건사업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

기자는 그를 통해 2012년 9월 문 총재 사후(死後) 통일교의 미래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통일교는 4남 문국진 통일그룹 이사장이 후계를 맡았다가 3월 전격 해임된 후 문 총재의 부인 한학자 총재가 이끌고 있다. 국진 씨가 이끌던 통일그룹은 2조 원 규모의 서울 여의도 파크원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문 회장에게 소송을 벌였다가 1, 2심에서 모두 패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통일재단 이사회는 국진 씨의 해임을 결정한 3월 24일 보도자료에서 “문 회장을 포함한 이사진 7인 대부분이 소송에서 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했다.

문 회장은 위로 두 형이 사망해 실질적 장남으로 10년간 후계자 수업도 받았지만 2008년 해임된 뒤 지금은 UCI그룹(1977년 통일교가 세운 것으로 통일그룹처럼 기업군을 거느린다) 회장만 맡고 있다.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난 듯 보였으나 최근 들어 홍보대행사까지 두고 동선을 넓히고 있는 것 같았다. 그와의 인터뷰는 5월 1일 서울시내 호텔에서 2시간가량 이뤄졌고 그가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서면으로 추가 진행됐다. 약속 장소에는 귀에 리시버를 꽂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문 회장은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였다. “한국말이 서툴다. 영어가 더 편하다”고 해 GPF 관계자가 통역을 도와주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통일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 내 많은 한국 전문가들이 전에는 남북을 2국가 체제로 보고 어떻게 이 체제를 유지시킬 것인가 생각했는데 이제는 남북통일이 세계평화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핵 골머리’ 주변국들 남북통일에 관심

―미국 중국 같은 강대국들이 진정 한반도의 통일을 원한다는 말인가.

“우선 한반도 외교정책을 미국이 강요한 적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항상 남한을 따라갔다. 중국도 합리적인 사람들이다. 서양 세계는 역사가 너무 짧아서 5000년 역사를 가진 중국을 상대하기 버거워한다. 일본도 믿지 않는다. 중국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한국에 더 우호적이라고 본다.”

―정세가 바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북한 핵 때문이다. 핵 문제에 대처하고 한반도 안정을 꾀하는 길은 결국 남북통일이라고 보기 시작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도 북한이 지원해주는 것 아닌가. 북핵 문제는 서방사회가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과도 관련이 있다.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다. 만약 이곳에서 충돌이 일어난다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21세기 세계 안정은 동북아 안정이 출발이다. 이 중요한 시점에 한국인들은 스스로의 운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모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한국 내 보수, 진보 인사 모두 내게 ‘국민들이 통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걱정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심하다. 어떤 이들은 ‘통일보다는 복지에 관심이 많으니 이 문제를 이슈로 다루어 보라’고 권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몽골’을 중요한 국가로 생각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6자회담이라는 3 대 3 구도는 항상 다투게 되어 있다. 몽골을 일곱 번째 회원국으로 포함시키는 안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몽골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좋고 소비에트연방에 속하기도 했으며 유혈사태 없이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체제를 전환한 나라이다. 남한과 북한에 각각 대사관이 있고 관계도 좋다. 역사적으로는 칭기즈칸이 정벌 중에 항상 동행하던 부인이 한국에서 데리고 온 공주였다.”

홍익인간과 미국 건국이념은 일맥상통

―통일이 되려면 결국 북한이 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 상황을 컵에 물이 반이 찬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반이 비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정치가 가진 문제 중 하나는 너무 단기적이란 것이다. 한국의 햇볕정책은 좋은 결과도 있었지만 문제를 더 만들기도 했다. 정권을 넘어서는 국가적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북한 통치자에게도 어떤 아이디어를 줘야 한다. 남한의 대북정책이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은 너무 한국 중심적인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

“한국인들에게 건국에서부터 시작된 운명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5000년 한국 역사에 큰 감동을 받았다. 단군신화와 홍익인간 철학에 뿌리를 둔 한국인들은 하늘로부터 전 인류를 위해 살아야 할 책임을 받았다.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도덕적 권위이다. 인류를 위해 산다는 국가적 사명이 한민족에게 주어진 것은 큰 축복이며 엄청난 도덕적 권위를 가진 자리이다.”

아무리 컬럼비아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역사학도라고는 해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매끈한 슈트를 걸친 젊은 그의 입에서 ‘단군신화’ ‘홍익인간’이 튀어나오니 뜻밖이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미국이 세계적으로 부상하게 된 이유는 독립선언서에 나오는 인권과 자유라는 건국원칙에 뿌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민족은 이미 5000년 전에 오늘날 현대적인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개념과 본질적으로 통하는 원칙과 가치를 주창했던 사람들이다. 홍익인간에 뿌리를 둔 영적 내용을 우리가 인식한다면 테러와의 전쟁으로 변해버린 종교 간의 충돌을 해결할 DNA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통일이 되면 우리에게 뭐가 좋은가”라고 기자가 다시 묻자 이번에는 그가 하버드대에서 MBA를 공부한 경영학도라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혁신’ ‘창조’ 같은 언어가 튀어나왔다.

“남한은 투자나 소비자시장 면에서 이미 포화 상태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으며, 역사적 정체성도 같은 완전히 미개발 지역인 나라가 북쪽에 있다는 것은 순전히 사업적인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남북 모두에 혜택의 기회가 엄청나게 크다. (통일 후) 세계 5위 안에 들지 않을까. 미국에서도 애플 주식은 하락세다. 스마트폰은 이제 삼성이다. 한국인들은 최고를 지향하고 자립심이 강하다. 일본인들은 떼 지어 다니길 좋아하지만 한국인들은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 기업가정신이나 혁신, 창조성에 적합한 성격이다. 여기에 국가적 운명이라는 강력한 개념이 결합된다면 우리는 통일을 통해 생기는 기회와 앞으로 한국인들이 갖게 될 특별한 위치를 하나로 엮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당신은 종교인인가.

“영적 원칙과 가치 얘기를 하면 전도라도 하는 줄 아는데 그건 아니다(웃음). 대부분의 사람은 종교인이나 신앙인은 그저 신앙이라는 영역 안에서만 활동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있었던 중요한 사회 변혁을 되짚어 보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비전, 원칙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영적가치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철학보다는 종교에 가깝다. 요즘엔 종교지도자들도 자신들의 신앙과 신념만 옹호하길 원한다.”

―새로운 종교를 만들겠다는 뜻인가.

“전혀. 그럴 생각은 없다.”

―당신은 기업인이기도 한데 영성을 기반으로 돈을 버는 게 가능한가.

“기업활동은 이익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영적 활동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의미와 목적성을 부여한다. 두 영역이 겹치는 때도 있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각각 고유한 목적을 갖는 것이 유익하다.”

―어떻게 각각의 목적성을 지키며 성공할 수 있나.

“도덕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통해 가장 큰 가치가 창출된다고 믿는다.”

그의 답은 구체적이기보다 추상적이어서 때로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표정이나 목소리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뭔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통일교 내부 충돌은 방향에 대한 이견”

기자는 화제를 통일교로 돌렸다. 후계구도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그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기자는 서면 질문을 통해 ‘형제들과의 소송과 다툼 등 통일교 내부문제에 대해 언급하길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이런 답이 왔다.

“통일교 내부의 충돌이라는 것은 목적과 방향에 관한 의견차 때문이다. 내 형제들은 몇몇 나쁜 지도자들의 사악한 목적을 위해 불운하게 이용된 앞잡이였다. 신앙인인 나는 이러한 문제들이 때가 되면 해결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나.

“자서전 제목 그대로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이셨다. 애국심이 깊으신 분으로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섭리에 있어서 한국인들이 감당해야 할 특별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셨다. 특정 종교나 종파만의 이익을 넘어서 정치, 경제, 비정부기구(NGO), 학문, 문화, 예술, 스포츠,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셨다. 그리고 한국의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해 통일교회를 희생할 각오가 돼있다고도 하셨다. 돌아가신 지금, 선친의 놀랍고도 의미 깊은 삶이 편견과 오해 없이 올바르게 이해되기를 바란다.”

‘당신은 통일교도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지에는 본인의 답 대신 GPF 관계자의 답이 적혀 있었다.

‘현 교권의 지도부는 고 문 총재의 뜻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합니다. 이것이 통일교 분열의 근본 원인입니다. 문현진 회장은 현 지도부의 방향에 결코 동조하지 않으며 독자적으로 선친이 이루고자 했던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세계평화 실현을 위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문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자는 최근 통일교 내 분열은 ‘고 문 총재에 대한 신성화(神聖化)에 대한 입장 차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 최고 학부에서 수학하며 서양의 합리성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체득한 그가 통일교를 개혁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남북 통일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궁금증과 함께 조심스러운 기대감도 생겼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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