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특검 “이시형씨 편법증여”… 靑 “수긍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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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경호처장 배임 혐의 기소… 시형씨 국세청에 통보-불기소
MB 관여여부 못밝힌채 종료

‘결국 이번에도 의혹과 논란만 남긴 채….’

대통령 내곡동 사저 터 편법 매입 의혹 사건을 재수사해 온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30일 동안의 수사를 마치고 14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김인종 전 경호처장(67) 등 사저 터 매입 실무를 맡았던 전현직 대통령경호처 관계자 3명을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34)가 내야 할 9억7000여만 원 상당의 땅값을 대신 내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라며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시형 씨에 대해서는 사저 터 매입 자금 12억 원을 어머니 김윤옥 여사와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편법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해 국세청에 과세 자료를 통보했다.

대통령 부인에게 편법 증여라는 올가미를 던진 것 외에는 특검 시작 전부터 예상됐던 결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새로 밝혀진 사실도 거의 없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시형 씨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대통령 부인이 대신 갚아 줄 생각도 했었다’라는 실현되지 않은 가정적인 의사만을 토대로 증여로 단정한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올 6월 끝난 검찰 수사 때와 달리 관련자 3명을 기소했지만 특검은 시형 씨의 사저 터 매입 과정에 이 대통령과 김 여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시형 씨가 이 회장에게서 현금으로 빌렸다는 6억 원의 실체는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핵심 의혹이 미제로 남게 된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이든, 의혹만 무성한 채 끝났던 과거의 숱한 권력형 스캔들과는 달리 이번만은 명쾌하게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했던 국민의 기대는 허사가 됐다.

특검 수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것은 청와대와 특검 모두에 책임이 있다. 핵심 참고인이던 이 회장은 출장을 이유로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수사 기간이 절반 이상 지난 뒤인 1일에야 출석했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들도 출석 일정을 미뤘다. 시형 씨에게 현금을 건넸다는 이 회장 부인은 출석 자체를 거부했다.

▼ 특검 “이시형씨 편법증여” ▼

청와대는 압수수색과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청와대가 정말 결백하고 그동안의 주장이 모두 진실이라면 자진해서 옷을 벗고 “더 뒤져 봐라”라고 나섰어야 했다.

요란한 정치공방 끝에 탄생한 특검에는 검사, 경찰, 국세청 직원 등 65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수사 기간 30일 동안 의혹의 실체에 한 걸음도 다가서지 못했다. 수사 기간에 청와대와 여권에 불리할 만한 내용들이 좌파 성향 언론들에 술술 흘러나왔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특검으로선 각자 잃은 게 별로 없는 윈윈(win-win) 게임이었을지 모른다. 청와대는 표면상 반발하지만 시형 씨가 형사처벌을 받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고, 특검은 대통령 내외에게 ‘편법 증여’라는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도덕적 타격을 줬다. 결국 특검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랐던 국민만 ‘패자’로 남게 됐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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