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한방첩약 건보적용 놓고 내홍 휩싸인 한의사계

동아일보 입력 2012-11-12 03:00수정 2012-11-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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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에 첩약조제 허용 여부가 불씨…한의사-약사-의사 ‘밥그릇 다툼’
지난달 29일 한의사 40여 명이 대한한의사협회의 한방 첩약 시범사업에 약사들이 참여하는 것에 반대하며 서울 강서구 가양동 협회 사무실을 점거한 뒤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최근 한의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1일 대한한의사협회 집행부에 불만이 많은 일부 한의사들이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김정곤 회장 해임안을 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에는 한의사 40여 명이 협회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달 1일에는 한의사평회원협의회 소속 한의사와 한의대생 4000여 명이 협회 회관에 모여 비상총회를 열기도 했다.

한의계가 이토록 혼란스러운 이유는 뭘까. 발단은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였다. 여성·노인 대표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한 한방용 첩약에 3년간 2000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의결했다. 환자들이 현재 가격의 절반 이하에 한약을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방치료는 건강보험에서 ‘소외’됐다. 침, 물리치료 3종(핫팩 냉팩 적외선), 뜸, 부항과 일부 약제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전체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안 된다. 한의계는 늘 “보험 처리가 안돼 환자들이 한방치료를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우리 한의학이 이러다 사라질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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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니 건정심 의결은 한의사들이 환영할 소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의사들은 “한의학 말살정책”이라고 반발했다. 협회 집행부가 한의사 외에 약사(과거 한약조제 자격증을 딴 약사로 제한)와 한약사에게도 첩약 조제를 허용했다고 알려진 것이다. 한의사들은 “약사의 첩약에까지 보험급여를 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동민 한의협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토론회를 한 뒤 다음 달 3일 투표를 거쳐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사들의 내홍(內訌)이 언제 끝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약사와 의사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어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2일 “한의계는 직역 이기주의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약사회는 “한약조제 자격을 가진 약사의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은 기득권을 고집하려는 이기주의”라고 지적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정부와의 밀실야합을 통해 2000억 원의 예산이 한방에 할당되고 시범사업이 진행됐다”며 아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자체를 비판했다.

장재혁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원래 이 시범사업은 이해관계자의 협의를 전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의사 내부는 물론이고 약사회 등 관련 단체 간에 협의가 안 되면 당연히 이 사업은 백지화된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한의계#건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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