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d by Apple’ 애플에서 디자인은 종교이자 핵심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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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CEO 부임 1년만에 완승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제품의 뒷면을 보면 하나같이 ‘캘리포니아의 애플에서 디자인됐다(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졌다(Made in Korea)’는 일반적인 표현과 다른 독특한 것이다.

다른 기업과 달리 애플에 디자인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자신들의 제품이 가장 앞선 디자인이라는 자부심은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 이번 평결 이후 애플이 보인 공식적인 반응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평결 직후 애플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여러분 모두가 자랑스럽다. 가치가 승리했다”고 적었다. ‘가치’란 바로 이번 특허 소송의 핵심이었던 애플 제품의 디자인, 즉 심미적인 가치를 뜻한다.

애플의 이런 디자인 중시 철학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 애플의 첫 성공작인 ‘애플Ⅱ’를 만들기 위해 잡스가 참고했던 것은 기존 컴퓨터와 전혀 다른, 백화점에서 본 믹서였다. 모든 컴퓨터가 금속 케이스를 쓰던 시절에 잡스는 흰색 플라스틱 케이스로 애플Ⅱ를 디자인하면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다 1997년 복귀해 가장 먼저 한 것은 회사를 그만두려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를 붙잡은 일이었다. 아이브는 지금까지 15년 동안 애플 수석부사장으로 일하면서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을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킨 모든 제품이 그의 손을 거쳤다. 아이브 수석부사장은 사탕처럼 알록달록하면서 투명한 아이맥 컴퓨터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사탕 공장을 뒤질 정도로 완벽한 디자인에 집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침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 배심원 평결에서 애플이 완승을 거둔 24일(현지 시간)은 쿡 CEO가 스티브 잡스로부터 CEO 자리를 물려받은 지 딱 1년 된 날이었다. 쿡으로서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을 이날에 미국 법원은 애플의 핵심 가치인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인정해 줬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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