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D-4]신생국 남수단 마라토너 꿈같은 런던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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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가입 안돼 당초 불허… 국기 아닌 오륜기 달고 출전
“어린이에 용기와 희망줄 것”

오랜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28명의 일가친척을 잃었다. 그 역시 납치당한 뒤 일당 한 푼 없이 일을 하기도 하고 한밤에 들이닥친 군인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기도 여러 차례였다.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피신했다. 16세 소년이던 12년 전의 일이었다. 난민 신분으로 미국 영주권을 얻은 그에게 마라톤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질주하는 순간만큼은 세상 근심을 잊을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7월 9일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아프리카의 신생국 남수단 마라토너 구오르 마리알(28)이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당초 남수단의 IOC 가입이 아직 안 됐다는 이유로 불허했던 마리알의 런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올림픽에는 남수단 국기가 아닌 오륜기를 앞세워 개회식과 마라톤 레이스 등에 나선다.

지난해 아이오와 주립대를 졸업한 뒤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살고 있는 마리알은 “꿈이 현실이 됐다. 자유를 위해 싸웠던 남수단의 국민과 어린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 그들이 나를 매일 뛰게 만들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마리알의 올림픽 출전은 물 건너간 줄 알았으나 남수단 정부의 요청과 국제 인권단체의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IOC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마리알은 지난해 트윈시티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4분32초로 골인해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을 통과했으며 지난달 샌디에이고에서 개인 최고인 2시간12분55초의 기록을 세웠다.

50년 가까운 내전 속에서 2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남수단은 프랑스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는 1000만 명 정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남수단#마라토너#런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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