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칼럼]<조벡의 할리우드 in the AD>주드로, 한국 브랜드 광고에 출연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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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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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옴므(Dior Homme)의 모델로 활약 중인 주드로. 사진=디올 옴므 광고 컷
디올 옴므(Dior Homme)의 모델로 활약 중인 주드로. 사진=디올 옴므 광고 컷
당신은 배우 ‘주드 로’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가.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으로 같은 남자인 리플리도 반하게 한 상속남 딕키 그린리프? 혹은 상상을 초월하는 여성편력을 구사했던 바람둥이 알피? 그도 아니면 미래의 세계에 창조된 남창(男娼)로봇 지골로 조? 어쩌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인과 사랑에 빠질 것을 예감하는 로맨티스트 신문기자 댄이 가장 먼저 떠오를 가능성도. 하지만 최근작까지 꼼꼼히 빼놓지 않고 본 사람이라면 두서없이 탐정 셜록의 조수이자 친구인 왓슨 박사로 그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그의 이름과 함께 그간 그가 맡아 온 역할보다도 더 강렬히 떠오르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주드 로, ‘그’야 말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초절정 미남 배우라는 것이다.

‘꽃미남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미남의 정석을 보여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완벽, 그 자체의 외모의 소유자였던 주드 로는 데뷔 당시부터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야말로 ‘하트-드롭(Heart-Throb, 수많은 여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남자)’이었다. 그런 그의 완벽에 가까운 외모는 그를 스타로 등극시키는 데 큰 힘이 됐고, 곧 전 세계의 많은 팬들이 그를 향해 큰 환호성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명탐정 셜록 홈즈로 분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속편을 보고 난 후 나는 이내 ‘격세지감’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렸다. 그 이유는 존 왓슨 박사로 등장하는,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주드 로의 모습 때문이다. 물론 왓슨을 멋지게 소화한 지금의 주드 로도 멋지긴 하지만, 한때 그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마성의 남자’라며 모든 이가 넋을 놓고 감상했던 초절정 꽃미남 배우로서의 시절을 선명히 기억하는 한 사람이기에 그 사자성어가 머릿속에 떠오른 모양이다. 말 그대로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미남 배우였던 그가 어느새 중년의 배우가 된 것을 보니 나도 그만큼 나이가 들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잘생긴 외모에 바람둥이 이미지…패션계의 뜨거운 러브콜

사실 주드 로 하면, 잘생긴 외모만큼이나 여성편력이 심한 바람둥이 이미지가 강한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를 그런 이미지로 만든 결정타는 바로 배우 시에나 밀러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 미디어에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사생활 노출과 함께 시에나 밀러와 만남의 계기가 된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의 바람둥이 이미지가 더욱 견고해진 것도 사실이다.

디올옴므의 단편영화 랑데부(Un Redwz-Vous)의 촬영 컷. 사진 제공=조엘 킴벡
디올옴므의 단편영화 랑데부(Un Redwz-Vous)의 촬영 컷. 사진 제공=조엘 킴벡

이런 최상의 외모에 나쁜 남자 캐릭터까지 더해진 그를 패션계가 가만 놓아 둘 리가 없었고, GQ와 에스콰이어를 비롯해 세계 유명 패션 잡지의 커버는 물론, 디올 옴므, 던힐 등 세계 최고의 남성복 하우스가 그를 브랜드의 얼굴로 기용했으며, 패션 파파라치들은 그의 외모에 걸맞은 패션센스에 감탄을 이어가며 그의 옷과 신발 그리고 아이템들에 열광했다.

특히 ‘디올 옴므’의 향수라인은 제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고급스러움과 세련된 느낌을 유감없이 표현해 내며 런칭 초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작년에 공개된, 영화 셜록 홈즈 시리즈의 감독이기도 하며, 가수 마돈나의 전 남편으로도 유명한 ‘가이 리치’가 연출한 디올 옴므 향수를 위한 5분짜리 단편영화 ‘랑데부(Un Redwz-Vous)’를 보면 왜 그렇게 브랜드가 주드 로라는 배우를 브랜드의 얼굴로 고집하는 지를 단박에 알 수 있게 된다. ‘나는 당신이 누군지 알아…’라는 주드 로의 코크니 악센트(영국 런던 지역의 말투)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매력적인 패션필름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쇼핑에 관심 없는 남성이라도 한번쯤은 저 향수를 뿌려보고 싶다는 충동이 절로 생겨날 정도로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주드로는 과거 올드한 느낌이었던 던힐 브랜드에 세련된 느낌을 더해주었다. 사진=던힐 광고 컷
주드로는 과거 올드한 느낌이었던 던힐 브랜드에 세련된 느낌을 더해주었다. 사진=던힐 광고 컷

또한 영국 출신인 그이기에, 영국을 대표하는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인 ‘던힐’의 광고 캠페인은 그에게 있어 마치 몸에 딱 맞는 옷과 같은 작업이었다. 고급이지만 다소 올드한 양복 브랜드라는 느낌이 없지 않았던 던힐에게 있어 주드 로는 그 올드한 느낌을 세련되고 엣지있게 보이게 만드는 마법의 한 수였다.

그가 던힐의 광고 캠페인에서 구현한 다양한 모습들(수트를 입은 모습뿐만 아닌 스포츠나 여가를 즐기는 모습까지)은 이전까지 포멀한 수트가 주가 됐던 브랜드의 이미지를 수트 라인은 물론, 캐주얼 라인까지도 품격 있게 전개해 내는 등 감도 높은 브랜드로서 새롭게 자리매김을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도 사실이다.

▶ 한국 브랜드 모델로 나설 뻔했다 무산된 사연

사실 주드 로가 몇 년 전, 한국의 어떤 브랜드의 광고에 출연할 뻔 한 적이 있다. 극비로 진행되던 그 패션 브랜드의 광고에는 당대 최고의 미남미녀 할리우드 배우를 캐스팅 할 예정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아직 한국에서 할리우드 배우를 패션 광고에 기용하는 것이 거의 처음이나 다름이 없을 시절이었기에, 계약을 하는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맡아오던 L.A.베이스의 한인업체가 유령회사로 밝혀지며 결국 사기 아닌 사기 같은 상황을 맞아, 주드 로가 소속된 에이전시와의 계약이 최종단계에서 결렬 된 일이 있었다.

그 결과 금액은 주드 로 측에 전달되지 못한 채 공중분해 됐고, 최종적으로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만 캐스팅돼 광고 캠페인에 임하게 됐다. 결과는 그 여배우의 캐스팅 만으로도 상당히 큰 이슈가 되었기에 주드 로의 캐스팅 비화는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로 묻혀 버리게 됐고, 주드 로를 대신해 캐스팅 됐던 한국에서 활동하던 외국계 배우는 예상치 못한 복권을 맞을 것처럼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여배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업을 하게 되는 큰 행운을 얻기도 했다.

사실 한국의 남성복 브랜드와 관련된 작업으로 주드 로 측과 접촉한 적이 있었는데, 그 쪽은 아직도 그때의 불신이 남아 있어 쉽사리 한국 패션 브랜드와의 작업에 마음을 열지 못했다. 결국 그 브랜드는 아쉽게도 한국의 톱스타와 촬영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됐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나는 마치 무슨 미션이라도 생긴 듯,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주드 로와 한국 브랜드의 광고 작업을 성사시켜 그때의 그 불신감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멋진 주드 로 씨, 우리 꼭 한국 브랜드 광고 작업 한번 합시다. 좋은 광고주와 스태프들과 함께 멋진 작업을 해 오래 전 어이없는 일을 당한 기억은 잊게 해 드릴 테니…

조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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