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국고 빼먹기’ 수사]CNC에 ‘무한 몰아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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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회사에 총선 홍보 맡긴 통진 출마자 20명 선거비 분석

CN커뮤니케이션즈(CNC)에 선거홍보를 맡겼던 통합진보당 소속 4·11총선 출마자 20명은 전체 선거비용 36억여 원의 3분의 1이 넘는 13억여 원(36.3%)을 CNC에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거비용 절반 이상을 CNC에 가져다 준 후보도 4명이나 됐다.

동아일보가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4·11총선 지역구 후보자 수입·지출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 일부 후보는 선거가 끝난 뒤 계정에 남아 있는 잔액을 긁어모아 CNC에 지출한 것도 확인됐다. CNC는 이석기 통진당 의원이 대주주인 선거홍보 대행사다. CNC 관계자는 “이 의원이 일일이 뛰어다니면서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지만 최종적으로 보고는 모두 받는다”고 말했다.

○ 선거비용의 3분의 2 가까이를 준 의원도 있어

경기 성남 중원에서 당선된 통진당 김미희 의원은 전체 선거비용 1억8775만 원 중 1억1892만 원(63.3%)을 홍보비용으로 CNC에 지불했다.

서울 관악을에서 당선된 통진당 이상규 의원은 총선 총선거비용 1억8809만 원 중 60%인 1억1294만 원을 CNC에 지출했다. 선거기획 및 홍보물 제작비용으로 1억여 원을 쓰고 나머지 금액은 선거 로고송 저작권 명목으로 신고했다. 이 가운데 선거홍보물 제작 명목의 3513만 원은 지급하지 않았다고 신고했다.
▼ CNC에 선거비 절반 넘게 준 통진후보 4명 ▼


이상규 의원과 김미희 의원 외에 전체 선거비용 중 절반 이상을 CNC에 지출한 후보로는 광주 광산갑에 출마했던 장원섭 후보와 광산을 황차은 후보가 있다. 장 후보는 총선거비용 1억7768만 원 중 9663만 원(54.4%)을, 황 후보는 1억5129만 원 중 8049만 원(53.2%)을 각각 CNC에 지불했다.

선거비용 중 CNC에 지출한 규모가 40%대인 후보는 7명이었다. 대전 대덕에 출마했던 김창근 후보는 전체 선거비용 1억8197만 원의 49.2%인 8957만 원을 유세차량과 각종 홍보물 비용 명목으로 CNC에 지출했다. 전북 군산에서 출마했던 박상준 후보는 선거비용 2억1255만 원 중 9460만 원(44.5%)을 CNC에 지출한 것으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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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법정 한도액에 가까워

이들은 법으로 정해진 한도액에 최대한 가깝게 선거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20명 중 15명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경쟁 후보들보다 많은 선거비용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경기 이천에 출마했던 엄태준 후보는 선거비용으로 1억9023만 원을 지출했다. 제한액인 1억9100만 원보다 불과 77만 원 적은 금액이다. 엄 후보의 회계책임자는 조준호 전 통진당 대표를 폭행해 일명 ‘머리끄덩이녀’로 알려진 박모 씨다.

광주 광산갑에 출마했던 장 후보는 1억8000만 원으로 제한된 한도액 중 1억7768만 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다른 후보 2명이 각각 1억4000여만 원, 4900여만 원을 지출한 데 비해 제한액에 가장 가까운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경기 안산 단원갑에 출마했던 조성찬 후보 역시 선거비용으로 1억6295만 원을 지출해 제한액 1억7000만 원에 근접했다.

광주 북을에 출마했던 윤민호 후보는 최대 1억7000여만 원을 지출한 경쟁 후보들보다 3000만 원 가까이 많은 1억9974만 원을 지출해 제한액인 2억400만 원에 가깝게 맞췄다.

○ 잔액 긁어모아 주기도

이들 통합진보당 후보 대부분은 선거가 끝난 뒤 선거비용 계정에 남아 있는 돈을 털어 CNC에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김선동 의원은 4월 4일 기획사 대금 명목으로 ‘후원회 기부금 계정’에서 CNC에 3300만 원을 지출했다. 당시 해당 계정의 잔액은 900만 원 정도였기 때문에 계정이 2400만 원 적자로 돌아섰다. 김 의원 측은 모자란 부분을 같은 달 20일 후원회와 본인 이름으로 충당해 잔액을 0원으로 맞췄다. 이날 김 의원은 추가로 4000만 원을 CNC에 송금했다. 당시 ‘후보자 등 자산 계정’의 잔액은 1825만 원이었지만 여기에 김 의원 본인 자산 2200만 원을 더해 25만 원만 남기고 CNC에 대금을 지불한 것이다.

서울 관악을에서 당선된 이 의원도 4월 27일 ‘후보자 등 자산 계정’의 잔액 2410만 원을 전부 털어 ‘선거기획사 2차 지급’ 명목으로, 후원회 기부금 계정의 잔액 370만 원을 털어 ‘선거로고송 인격권·저작권’ 명목으로 CNC에 지불했다.

경기 성남 중원의 김 의원과 광주 광산갑에 출마했던 장 후보도 잔액을 털어 CNC에 건넸다. 김 의원은 4월 20일 당시 후원회 기부금 계정에 남아 있는 잔액 129만 원을 전부 털어 ‘선거공보물 일부’ 명목으로 CNC에 송금했다. 장 후보는 5월 1일 후원회 기부금 계정의 잔액 56만 원을 CNC에 보냈다. 광주 서을에 출마했던 오병윤 후보는 3월 28일 잔액 1만7500원만 남기고 유세차량 비용으로 3000만 원을 CNC에 지출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석기#CNC#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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