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실세’ 최시중 잡은 檢… 다음은 ‘왕차관’ 박영준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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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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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시티 수사 급물살

‘왕차관’으로 불리며 현 정부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일 마침내 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다. ‘방통대군’이라 불리며 현 정권 최고 실세로 꼽혀 온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구속 수감한 검찰이 이제 숱한 의혹을 피해가며 ‘비리 의혹 방어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박 전 차관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도 ‘이번만큼은 검찰의 칼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박 전 차관의 오랜 자금줄 발견?


검찰은 지난달 28일 박 전 차관의 오랜 지인인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 회장 자택과 경북 포항시에 있는 회사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대검 관계자는 “파이시티 인허가 의혹과 관련해 계좌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 회사에 대해 확인해 볼 사항이 나왔다”며 압수수색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측에서 EA디자인 이동율 사장을 통해 돈을 건네받는 과정에서 이 회장 관련 계좌가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진술로만 있었던 박 전 차관에 대한 혐의에 ‘물증’이 확보된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 이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포스코 협력업체인 제이엔테크를 운영하는 이 회장은 포항고 총동창회장과 포항 스틸러스 후원회장을 맡는 등 포항지역 유력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남-울릉 지구당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 의원의 보좌관이던 박 전 차관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30일 “박 전 차관과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면서도 “원래 지난주 토요일(28일) 중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오늘부터 전화가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이날 오후 중국에서 귀국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48)도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차관이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에게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표와 이 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 포스코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잡음


현 정부 출범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포스코는 이번 수사에서도 구설에 휘말리게 됐다. 제이엔테크는 2006, 2007년 매출이 각각 26억, 27억 원에 불과했으나 현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포스코가 발주한 공사와 설비를 도맡다시피 해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를 두고 포항지역에선 이 회장이 막강한 ‘영포라인’ 인맥을 동원해 사세(社勢)를 키웠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파이시티 전 시행사 관계자들도 “이정배 전 대표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영포라인 쪽에) 돈을 건네지 않은 시점부터 이 전 대표가 배척당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주장해 왔다. 또 “이른바 ‘정권 실세’들이 사업 인허가권을 (현 정부의) 말을 잘 듣는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을 통해 빼앗으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포스코는 지난해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사건 때도 의혹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포스텍이 KTB자산운용이 조성한 사모펀드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투자금 500억 원을 날린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 배경을 두고 현 정부 실세가 관련됐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검찰은 투자를 권유한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 최시중 구속 이후 용처 수사 계속


한편 30일 이 사장에게서 7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 전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는 이 사장의 전 운전사 최모 씨가 최 전 위원장에게 보낸 협박편지 내용 일부가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편지에 “그 돈의 성격을 잘 아시겠지만 시청에 말씀을 좀 잘해 달라는 것 아니냐. 그 돈을 현금으로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이 사장의 차 트렁크에 돈이 실린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뒤 최 전 위원장 등을 협박한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을 구속 수감해 1차 수사 성과를 올린 만큼 건네받은 돈의 사용처 등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키로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최시중#박영준#파이시티금품수수#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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