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 국악계의 스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5일 13시 57분


코멘트

● 국악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스타들
● 우리 것과 남의 것이 교류해야 진짜 세계화

케이팝(K-POP)은 한국의 대중음악을 말한다. 그러나 케이팝은 일본, 홍콩음악에 영향을 받다가 최근 서양음악을 한국화한 것이 분명하다.

소녀시대와 동방신기가 아시아의 스타로 등극했지만, 한국의 음악에는 케이팝 외에도 전통음악인 국악도 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알음알음 국악계의 스타들도 있다.

우선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그렇고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그렇다. 게다야 요즘은 국악을 소재로 한 다양한 공연단의 활동도 왕성하다. 이젠, 국악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말을 하기엔 너무 개성 있고 대중적인 스타급 국악인이 생겨나고 있다.

■ 사물놀이와 마당놀이

사물놀이는 국악으로 대중에게 친근히 다가가고, 해외로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북, 장구, 징, 꽹과리 네 가지 민속타악기로 연주되는 사물놀이는 원래 불교의식 때 쓰인 법고, 운판, 목어, 범종, 즉 쇠, 징, 장고, 북 네 가지 악기를 가리키던 말이었으나, 지금의 네 민속타악기로 구성되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사물놀이라는 이름으로는 1979년에 처음으로 전통타악연주단에서 시작되어 초창기에는 네 명이 앉아서 연주했으나, 지금은 서서 연주하기도 하고 연주자의 수가 늘어나기도 하는 등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북과 장구 그리고 징과 꽹과리가 어울린 민속음악이란 점은 변함없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악기들은 예로부터 우리 서민들과 역사를 같이 한 악기들이다.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이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대표적 사물놀이연주단인데,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김용배로 구성된 국악계의 스타들이다. 그 동안 많은 국내외 공연으로 알려진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최근에 '나는 가수다'에서 자우림과 함께 조용필의 '꿈'을 환상적으로 연주하며 더 잘 알려졌다.

그리고 영화 '왕의 남자'로 알려진 노름마치라는 이름의 사물놀이패도 북미 지역에서 가장 큰 아트마켓과 아시아에서 가장 큰 월드뮤직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어 공연을 하고 단독 해외투어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네 번째로 개최되었던 '천차만별 콘서트'는 신진국악인들의 실험무대다. 팀 마다 이틀간의 단독공연을 치르고 최종 1등을 선발해서 문화체육관광부 상장을 주고, 단독 음반제장을 지원해주고 있다. 작년에는 17팀이 경쟁했었는데, 국악계의 '슈퍼스타K'를 보는 듯하다.

이외에도 전통국악을 바탕으로 흥겨운 이야기를 펼치는 마당놀이도 대중성을 띤 국악에서 빼놓을 수 없다.

원래는 마당에서 하는 모든 민속놀이나 북청사자놀음의 한 장면을 지칭하지만, 현대화된 마당놀이는 재미있는 우리 이야기에 민요와 춤 그리고 사물놀이, 윷놀이, 널뛰기 등 다양한 우리 민속적인 콘텐츠를 섞어놓은 것을 말한다.

일종의 뮤지컬과 같은 형식으로 제작되는 마당놀이는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재미와 전통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마당놀이는 일부 스타급 배우와 국악인에 의해 유지되고 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스토리의 개발과 작품이 나오고 있어 머지않아 킬러콘텐츠가 탄생하리라 예상된다.

■ 국악과 현대음악의 접목

언젠가부터 많은 퓨전국악 팀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도 국악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해외의 사례를 찾아보면, 중국의 크로스오버밴드 여자 12악방(女子十二樂坊)은 이미 2003년에 데뷔하여 중국 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들은 중국 내 유명 음악학교에서 중국 전통 민족음악을 전공한 수재들로 구성되었는데, 실력 뿐 아니라 미모를 내세워 중국 전통음악의 기반 위에 팝과 클래식 그리고 재즈 등과 접목하여 인기몰이 중이다. 이미 국내에도 두 차례나 내한공연을 하며 소녀시대의 'Gee' 등을 연주하며 이슈가 된 바 있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소리아(Sorea)라는 여성 6인조 퓨전국악그룹이 있다. 가야금, 해금, 대금, 소금 그리고 타악과 보컬로 구성되어 2006년에 대중음악부분으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우수신인앨범상도 수상했고, 지난해 가을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1999년 국내 최초의 가야금오케스트라로 창단되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은 팬층도 탄탄하다.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출신들로 구성된 숙명가야금연주단은 '비틀즈를 연주하는 가야금 연주단', '비보이(B-Boy)와 협연하는 가야금연주단'으로 유명하다. 특히 2008년 모 건설회사의 광고에 출연하여 캐논변주곡을 연주한 뒤로 유명세를 치르며, G20회의 등 중요한 자리에 단골로 초청되고 있다.

12현을 25현으로 현대적으로 개량한 가야금을 무릎에 얹고 18명의 아름다운 아낙네들이 가야금선율로 비틀즈를 연주하니 외국인들의 관심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퓨젼 국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숙명가야금 연주단
퓨젼 국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숙명가야금 연주단


■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

단장을 맡고 있는 숙명여대 송혜진 교수는 처음 숙명가야금연주단을 창단했을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 동안 국악계에서 비난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통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옷차림에 조심하고 국악창작곡을 만들고 연주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난 1년간 상주작곡가를 초빙하여 창작곡들로 음반을 준비했다. 그리고 인사동 인근의 장소나눔의 공간인 해빛센터에서 재능나눔의 일환으로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물론, 관객의 절반은 외국인들이다. 단돈 1000원을 내고 전통음악을 관람하는 행사는 단순히 국악을 알리고 가야금 음악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매년 구정이나 추석 등 명절에만 TV에서 접하는 전통음악이 아니고, 대중 속에 파고드는 우리가락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필자는 우리 것으로 남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보다, 우리 것으로 우리 음악을 연주하면서 더불어 해외의 전문가들과 공동작업으로 서로 교류하며 소통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힙합대부 제이지(Jay-Z)가 헤비메탈계의 스타 링킨파크(Linkin Park)와 공동작업을 한 '넘 앙코르(Numb Encore)'나, 테너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가 팝가수 또는 카보디아와 티벳 어린이합창단과 함께 작업한 '파바로티와 친구들(Pavarotti & Friends)'처럼 말이다.

자신의 것만 고집하거나, 자신의 것을 버리고 남의 것을 수용하는 것보다, 자신과 타인의 것을 존중하며 함께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것이 더 멋있지 않은가? 요란한 아이돌가수 뿐 아니라 국악계에도 계속해서 스타들이 배출되다보면 더욱 새로운 창작활동이 펼쳐지리라 예상된다.

앞으로 국악계의 스타들도 한류스타로 이름을 올리길 기대해본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