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미군기지, 불량죄수 1~3분 단위로 감시… 모범수엔 닌텐도 게임도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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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테러범 171명 수용시설 내부 전격 공개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수용소 ‘캠프 델타’에서 주의를 요하는 죄수들이 생활하는 캠프Ⅴ 내 독방. 가로 2m, 세로 4m의 좁은 공간이지만 창문이 있고 일체형의 세면대와 변
기가 마련돼 있다. 관타나모=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수용소 ‘캠프 델타’에서 주의를 요하는 죄수들이 생활하는 캠프Ⅴ 내 독방. 가로 2m, 세로 4m의 좁은 공간이지만 창문이 있고 일체형의 세면대와 변 기가 마련돼 있다. 관타나모=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인권유린 논란에 휘말려 있는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수용소가 알카에다 테러범 171명 가운데 85%가 수용돼 있는 ‘캠프 델타’ 내부를 19일 내외신 기자에게 전격 공개했다. 미 국방부, 육해공군, 해병대합동 관타나모 태스크포스(JTF-GTMO)는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요주의 인물이 수감된 ‘캠프Ⅴ’를 포함한 캠프델타 내부를 모두 공개하면서 내부 사진 촬영도 이례적으로 허용했다. 동아일보와 AFP, 로이터, 보이스오브러시아, 사우디프레스, 둔야뉴스(파키스탄), 베자매거진(브라질) EFE뉴스(스페인) 등 10개 언론사가 초청됐다. 》
‘미디어, 최영해, 2012년 1월 19일 만료, 에스코트 요함.’

19일 오전 6시 반 관타나모 해군기지 ‘캠프 저스티스’에서 수용소행 버스를 타자 공보팀 소속 해군이 나눠준 빨간색 바탕의 하루짜리 기자증에는 기자의 사진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다. 관타나모 해군기지에서 발급한 4일짜리 기자증을 갖고 있었지만 수용소를 출입하기 위해선 별도의 기자증이 필요했다.

수용소로 향하는 길은 평온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발전시설인 대형 바람개비는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20분쯤 달렸을까,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는 검문소가 나왔다. 소총을 둔 군인이 경계를 하고 있고 MP(헌병) 마크를 단 여군이 차에 올랐다. 기자들뿐 아니라 운전병, 공보팀 직원까지도 예외 없이 신분증 검사를 했다. 이윽고 기지 동남쪽 해안에 설치된 ‘캠프 델타’에 도착했다. 7중, 8중 철조망과 높은 담, 그리고 국방색 천으로 둘러싸인 수용소는 보는 이를 압도했다. 중앙엔 검은색 망루가 높이 보였고 성조기 마크가 아래에 선명했다. 담벼락 위는 온통 철조망으로 뒤덮여 있어 탈출은 꿈도 꾸기 어려울 듯했다. 담장에서 불과 50여 m 앞은 바다였고 해안을 따라 철책이 촘촘하게 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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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루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 수용소가 ‘캠프Ⅴ’, 왼쪽이 ‘캠프Ⅵ’였다. 영화 ‘빠삐용’에서 나오듯 허름하고 낡은 교도소를 상상했지만 실제는 전혀 반대였다. 5중, 6중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출입문 4개를 지나 캠프Ⅴ에 들어서자 밝은 조명에 눈이 부실 정도였다. 수용소 복도와 감방은 티끌 하나 없을 정도로 깔끔한 최신식이었다. 중앙에는 수감자들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실이 있었고 여기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의 독방 감방이 배치돼 있다. 캠프Ⅴ는 2004년 인디애나 주의 연방교도소를 모델로 지어졌다. 실내 온도는 언제나 화씨 76도(섭씨 24도)를 유지한다고 했다. 가로 2m, 세로 4m 크기의 독방에 들어가니 침상, 담요, 오렌지색 죄수복, 신발, 치약, 칫솔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입구엔 일체형의 수세식 변기와 세면대가 보였다. 독방 벽 쪽엔 가로 10cm, 세로 1m의 조그만 유리창이 있어 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침상의 너비는 1m가 채 안 됐다. 감방 바닥은 시멘트였다. 거울은 흉기가 될 수 있는 유리 대신에 알루미늄 재질이었다. 캠프Ⅴ 수감자들은 교도관을 폭행하거나 집기를 파손하는 등 수용소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 요주의 인물. 캠프Ⅴ 부사령관은 “중앙통제실뿐 아니라 경비병이 복도를 걸어 다니며 1∼3분 단위로 감방 안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1주일에 4시간은 TV 시청이 허용된다. 22개 TV채널과 영화를 볼 수 있고 유에스에이투데이 등 미국 신문과 아랍어 잡지도 열람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1주일에 책 2권을 빌릴 수 있다. 도시바 TV가 놓인 TV시청실엔 푹신한 1인용 소파가 놓여있고 바로 앞엔 족쇄가 바닥에 박혀 있다. TV를 시청하는 동안 손은 자유롭지만 족쇄는 반드시 차야 한다. 간수가 음식을 건넬 때도 독방에서 별도 자물쇠가 채워진 미닫이 함을 통한다. 수감자들이 먹는 물은 기자가 캠프저스티스의 텐트 막사에서 배급받은 것과 같은 브랜드의 미국산 고급 생수. 식사는 기지 내 군인들에게 제공되는 메뉴와 똑같다. 생선과 닭고기 야채 등 6가지 메뉴에서 골라 먹을 수 있다. 캠프Ⅴ엔 모두 100개의 독방이 있지만 지금 사용되는 독방은 30여 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어 있다. 수형 실적이 우수하면 행동이 훨씬 자유로운 캠프Ⅵ로 이감된다.

건너편 건물 캠프Ⅵ엔 최대 14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는 122명이 생활하고 있다. 2006년 미시간 주 연방교도소를 모델로 지은 최신식 교도소로 건축비만 340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모범수로 통하는 캠프Ⅵ 수감자들은 독방을 쓰지만 취침시간을 제외한 하루 20시간 동안 출입이 자유로워 옆방 죄수에게 건너가 대화할 수 있다. 복도 중앙의 공용 시설을 이용해 음료수를 마시며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들이 입은 죄수복은 캠프Ⅴ(오렌지색)와 달리 흰색이었다.

죄수 5명이 큰 방에서 뭔가를 열심히 배우는 모습도 보였다. 영어 강좌와 컴퓨터 강습,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교양 과목을 감옥 안에서 배울 수 있다고 부사령관은 밝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양한 어학 코스와 교양 과목도 수강할 수 있다. 강사는 민간인이다.

높은 담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캠프 델타 곳곳에 높은 망루가 설치돼 있다. 관타나모=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높은 담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캠프 델타 곳곳에 높은 망루가 설치돼 있다. 관타나모=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DVD CD를 감상할 수 있으며 도서관에서 잡지를 빌려 읽을 수도 있다. 20여 명이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공용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밖에서 축구경기도 할 수 있고 체력 단련기구도 사용할 수 있다.

수용소 측은 최신 의료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수감자들은 미군과 똑같은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의료진 4명이 항상 비상대기하고 171명의 수감자를 관리하는 군인만 900명이다. 수감자 1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1년에 80만 달러라는 정부 통계도 있다.

고문과 인권유린으로 논란을 빚은 관타나모 수용소. 이날 기자가 직접 본 수용소는 말로 듣던 것과는 180도 달랐다. 죄수 5명이 자살을 하고 100명이 넘는 죄수가 자살 시도를 한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인상을 받기는 어려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수용소 폐쇄를 약속했지만 흐지부지되고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 이곳의 진실은 무엇일까.

관타나모=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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