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이문원의 쇼비즈워치]아이유는 아이돌? 뮤지션? 그 해답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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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가 가수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16일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아이유는 "또래 뮤지션과 다른 길에 서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MC 유희열의 질문에 "항상 고민을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게 전부라는 거다"고 답했다.

아이유는 이어 "내가 아이돌과 뮤지션이라는 경계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보여드릴 수 있는 모습이 이게 다다. 기다려주시면 언젠가는 정체성을 찾고 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선문답처럼 진행된 대화긴 하지만 사실 이는 꽤나 오래 전, 아이유의 론칭 시점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아이유 같은 상품은 과연 아이돌로서 이해해야 하나, 아니면 뮤지션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나의 문제다.

특히 지난해 '좋은 날' 열풍 이후론 이 같은 상품개념 문제가 더욱 크게 불거졌다. 그러면서 아이유는 아이돌과 뮤지션 사이 미묘한 지점에서 스탠스를 잡아 계산적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었다. 그러니 아이유 입에서도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해명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아이돌이니 뮤지션이니 아이돌과 뮤지션 사이 지점이니 얘기하기에 앞서, 대체 아이돌은 무엇이고 뮤지션은 무엇인지 정의부터 내려놓고 봐야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문제다. 명확한 기준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뮤지션에 대해선 다들 어느 정도 그려지는 형태가 있겠지만, 아이돌의 경우는 다르다.

다들 각자의 기준이 다르고, 그 기준들은 각각 반박의 여지가 동시에 존재하며, 그만큼 명확한 규정을 내릴 수 없는 게 바로 아이유를 둘러싼 논의의 중심, 즉 아이돌과 뮤지션을 구분 짓는 '선'의 문제라는 것이다.


●고전적 아이돌 기준이 과연 있나?

그 여러 기준 중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기준부터 먼저 돌아보자. 애초 아이돌이란 단어가 특정대중음악상품을 일컫는 지칭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대략 1950년대 미국에서 엘비스 프레슬리가 등장하던 시절부터다.

당시 엘비스 프레슬리 류가 표방했던 문화상품 경향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변된다. 먼저, 10~20대 젊은 층으로부턴 열광적 지지를 얻지만, 그 윗세대로부턴 불경스럽다는 평가까지 얻어가며 거부당한다는 특성이다. 이른바 '세대상품'이란 것이다.

또 다른 특성으론, 다방면 활동상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젊은 층 지지를 바탕으로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미디어믹스적 인기를 구가했다. 아이돌은 애초 가수로 시작했더라도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여타 대중문화상품들까지 팔아치우는, 일종의 총합적 문화아이콘 역할을 맡게 된다는 논리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보자면, 아이유는 확실히 뮤지션과 아이돌 사이 중간상품이라 보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아이유의 인기는 10~20대 젊은 층에만 국한되질 않는다. 30~40대 계층으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나아가 그 이상 장년층도 아이유를 딱히 폄하하진 않는다. 그러니 세대상품 개념에서 벗어나 버리고, 아이돌의 기본정의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유는 여타 분야에도 손을 뻗쳐 다방면 활동에 나선 바 있다. 선풍을 일으킨 KBS2 드라마 '드림 하이' 출연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주연급 캐스팅이었으니 가끔씩 음악프로그램 MC를 맡는 정도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럼 아이유는 또 아이돌이 돼버린다.

이처럼 뮤지션적 입지와 아이돌적 활동이 계속 충돌하니 "아이돌과 뮤지션이라는 경계에서 줄다리기"한다는 시각이 당연해진다는 얘기다.

물론 얼핏 보기엔 꽤나 그럴싸한 해석이다. 그러나 실상을 좀 더 파악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현재 한국 실정에서, 세대상품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하는 음악은 뮤지션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아이돌로 분류되는 상품들도 충분히 그렇게 활동하고 있다. 예컨대 소녀시대 등 걸그룹은 30~40대 남성층에게서 삼촌팬 현상을 일으켰고, 2PM 등 보이그룹 역시 30대 여성층까진 팬층으로 확보한 상태다. 아이유 소비층 연령대가 비교적 다양하다고 해서 굳이 아이돌이 아닌 뮤지션이라 칭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 아이돌의 활동은 꼭 영화나 TV드라마 진출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것조차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전영록, 혜은이, 김창완 시절보다도 후퇴한 인상이다.

아이돌은 대부분 TV예능프로그램 정도에서만 활약할 뿐이며, 그마저도 음악상품 판매촉진 목적이지 전문MC 등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하는 건 아니다. 결국 현재 한국 아이돌은 의외로 '가수로서 자기 본분'에 충실한 편이란 얘기다. 그러니 아이유가 TV드라마 한 편 했다고 이를 딱히 아이돌적 행보라 규정할 수도 없다.


●전문성 뛰어나면 뮤지션? 예외도 많은데…

또 다른 기준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기준이다. 이른바 '전문성'에 따른 아이돌과 뮤지션 구분이다. 대표적으로 '가창력'이란 기준이 있다. 쉽게 말해 노래 잘 하면 뮤지션, 노래는 못하면서 MR만 크게 틀고 사실상 립싱크해가며 춤만 열심히 추고 있으면 아이돌이란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보자면 아이유는 분명 뮤지션이라 불려 질 법하다. 아이유의 가창력이 좋은 건 3단 부스터 이전부터도 평판이 자자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적어도 2004년 동방신기 등장 이후부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봐야한다. 동방신기 5인 멤버는 모두 한 명 한 명 따로 솔로활동을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가창력이 뛰어났다.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호소력이나 보이스컬러의 개성 측면에서도 그랬다.

물론 이후에도 가창력 뛰어난 아이돌들은 계속 등장했다. 대부분 보이그룹, 걸그룹들이 가창력 좋은 멤버 한 둘은 꼭 끼워 넣고 론칭됐다. 현재도 소녀시대의 태연, 슈퍼주니어의 규현, SS501의 허영생, 2AM의 조권 등 빼어난 가창력을 지닌 걸그룹·보이그룹 멤버들이 많다.

특히 이중 태연 등 몇몇은 솔로 싱글을 따로 발표해 큰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럼 태연은 아이돌이 아니라 뮤지션일까. 여기서부터 가창력 기준은 애매해진다.

한편 전문성 부분에서 또 다른 기준도 있다. 소위 '싱어송라이터'냐 아니냐의 구분이다. 아무리 노래를 잘 하더라도 자기가 부르는 곡을 직접 작곡하고 프로듀싱하는 정도는 돼야 뮤지션이지, 그냥 남의 노래 불러대기만 해선 노래인형이나 마찬가지라는 시각이다.

좀 과격한 시각이지만, 어찌됐건 이 기준에서도 아이유는 뮤지션이긴 하다.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 OST '내 손을 잡아' 이후 아이유는 꾸준히 작곡에도 손을 대고 있다.

문제는 자기 곡을 직접 작곡하는 건 아이유뿐이 아니란 점이다. 먼저 비스트의 용준형이 있다. 그동안 총 20여곡에 직접 참여했고, 포미닛, 지나 등에게도 곡을 준 바 있어 작곡가로선 아이유보다 훨씬 활동이 활발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도 4집 수록곡 '불편한 진실'을 작곡했고, 조권-가인의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도 제아의 곡이다. 지드래곤을 필두로 승리, 탑, 태양, 대성 등 전 멤버가 자작곡을 선보인 바 있는 빅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 위 싱어송라이터 기준으로 이들은 모두 뮤지션일까. 애초 '아이돌이 아닌 아이돌' 캐치프레이즈로 등장했던 빅뱅이나 아이돌 '연령대'를 넘겨버린 브라운드아이드걸스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과연 비스트마저도 아이돌이 아니라 뮤지션으로 불려야 옳을까. 싱어송라이터 기준 역시 애매하긴 마찬가지란 방증이다.


●아이돌과 뮤지션 가르는 건 '파는 방식' 문제

물론 이밖에도 수많은 기준들이 존재한다. 기획사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상품은 아이돌, 자연발생적인 상품은 뮤지션이란 기준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은 그룹일 경우엔 그런대로 적용해볼 만하지만 솔로인 경우 애매해진다.

홍대 벙커나 길거리에서 노래 부르다 픽업된 이들만 뮤지션으로 쳐준다는 기준을 동원한다면 또 모를까, 대부분 가수가 기획사를 통해 데뷔하는 현실엔 잘 들어맞질 않는다.

심지어 아이유 본인조차도 나름의 기준을 한 번 제시한 적이 있다. 지난해 6월23일 방송된 MBC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아이유는 아이돌과 뮤지션의 차이에 대해 "아이돌 가수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노래를 한다"고 밝혔다.

아이돌은 음악활동에 있어 수동적인 존재란 의미다. 그러나 이 같은 정의는 같은 무대에 함께 출연한 슈퍼주니어 멤버 예성에 의해 바로 반박됐다. "아이돌 가수라고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슈퍼주니어의 경우 멤버들과 앨범에 대한 의논은 물론 자작곡을 통해 자기 색깔을 보여주려 노력한다는 점을 밝혔다.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이란 부분에서 벗어나서도 이 같은 기준은 문제가 많다. 다수를 대상으로 대중친화적 음악을 하는 이들은 모두 아이돌이란 평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한 얘기지만, 신해철이 팝댄스 곡을 구사한다고 해서 딱히 아이돌이란 평가를 들을 일이 없듯이, 비스트가 포스트 펑크를 한다고 해서 아이돌이 아니란 얘길 들을 일도 없다.

여기서부턴 확실히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어떤 기준을 제시해도 모두 반박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심하면 '팬들 입장에선 뮤지션, 일반인들 입장에선 아이돌'이란 비아냥까지 등장할 법도 하다. 그러나 이에 큰 반발 없이 제시해볼 만한 기준이 하나 있다. 널리 통용되진 않지만 말이다. 바로 '파는 방식'에 근거한 기준이다.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아이돌 3대 기획사에서 나오는 상품들은 그 '파는 방식' 측면에서 일반 뮤지션들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데뷔 초 각종 매체를 이용한 이미지 론칭 전략, 소속사 선배와 함께 듀엣 곡을 부르는 숟가락 얹기 전략 등 독특한 '파는 방식'이 다채롭게 구사된다.

그 중 가장 유별난 부분은, 역시 데뷔와 거의 동시에 기획사에서 관리하는 팬클럽이 조직된다는 점이다. 팬클럽은 가입비를 받아 운영되며, 콘서트 등에서 특전을 주고 응원도구 판매도 함께 한다.

한 마디로 오빠부대, 누나부대, 삼촌부대 등 충성도 높은 고정팬 층을 먼저 확보해둔다는 전략이다. 이러면 이후 활동에 있어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 고정팬들 결속력 차원에서 막대한 효과를 거둬, 음원보다 훨씬 이익이 많이 남는 CD를 일정수량 이상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되고, 사진집·콘서트실황 DVD 등 각종 부가상품들로도 쏠쏠한 '바탕수입'이 보장된다.

물론 TV 연합공연 등에서도 자신들 '세'를 과시할 수 있어 홍보차원에서 만점이다. 그리고 그런 면면이 모두 합쳐져 뮤지션과는 전혀 다른 아이돌 특유의 판매 곡선을 이루게 된다.


●아이유는 아이돌적 '파는 방식'으로 이동 중

이 같은 '파는 방식' 기준, 그중에서도 팬클럽 전략부분을 기준으로 적용해보면 의외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일반적으로 '아이돌로 인식되는 상품'과 '뮤지션으로 인식되는 상품'이 인식 그대로 선명하게 아이돌과 뮤지션으로 나눠지게 된다.

노래를 잘 하니 태연도 뮤지션, 작곡을 직접 하니 비스트도 뮤지션, TV드라마에 출연했으니 신해철도 아이돌 따위 딜레마에 빠지지 않게 된다.

또한 향후 활동변화에도 끄떡없다. 2PM이나 비는 앞으로 뭘 해도 계속 아이돌이다. 반면 신해철이나 이문세는 앞으로 뭘 하건 간에 계속 뮤지션이다. 음악 장르를 뭘 선택하건, 영화나 TV드라마에 출연하건 말건, 직접 작곡을 하건 말건, 아무 상관이 없다.

'파는 방식' 차원에서 변화가 없는 이상, 소녀시대는 영원히 동방신기와 함께 묶이고, 임재범도 영원히 이소라와 함께 묶이게 된다. 간편하고 일목요연한 기준이다.

그렇다면 이 기준에서 아이유는? 아이유는 애초 공식팬클럽조차 없는 상황에서 덜컥 공식팬카페만 생겨났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왔다. 고정팬층 결속력 차원에서 도움 될 게 없는 방식을 취한 셈이다.

그에 따르는 각종 효과들도 전혀 의중에 두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결국 아이유는 애초 아이돌로서 론칭된 상품이 아니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뮤지션으로서 팔기 위해 나온 상품이다. 그럼 뮤지션이다.

데뷔 전 소극장 공연부터 시작했다느니 하는 차원보다, 아이돌로서 '파는 방식'을 취한 게 없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소극장 아니라 길거리에서 빈 기타 케이스 놓고 노래 불렀어도, 아이돌산업 전략 활용하며 각종 효과를 얻어냈다면 응당 아이돌로 분류돼야 옳다.

그러나 아이유 소속사 로엔 엔터테인먼트는 사실상 계속 노래 부르게 하는 것 외에 전략이란 것 자체를 크게 짜본 일이 없다. 이 노선대로라면 아이유는 앞으로 테크노 팝을 하건 영화에서 주연을 맡건 뮤지션이란 범주에서 벗어나질 않게 된다. 줄다리기니 뭐니 얘기할 것도 없다.

문제는 아이유를 '파는 방식'이 현재 노선변경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지난 11월29일 아이유 공식 홈페이지가 정규 2집 'Last Fantasy' 출시에 맞춰 드디어 오픈됐다. 먼저 공식 홈페이지가 생기고 그 하부로 공식팬클럽과 각종 팬카페들이 구성되는 기존 아이돌 '파는 방식'에 비춰볼 때 아이유도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와 함께 고정팬층 전략 기본에 속하는 공식응원도구 판매도 막 시작된 실정이다.

결국 아이유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정리가 가능해진다. 아이유는 애초 뮤지션이었고 뮤지션으로서 '파는 방식'에 충실했다. 그러나 정규 2집을 기점으로 아이유는 '파는 방식' 측면에서 아이돌화의 길을 뚜렷이 걷고 있다. 결국 아이유는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진화중이라는 대부분 미디어 평가와 정반대로, 오히려 뮤지션에서 아이돌로 이동 중이라는 것이다.


●한국 메인스트림 음악시장은 아이돌산업 전략에 종속

다시 '유희열의 스케치북'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아이유는 여기서 "기다려주시면 언젠가는 정체성을 찾고 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그 '언젠가' 찾게 될 '정체성'은 뮤지션이 아니라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일 가능성이 부단히 높아지고 있다.

아이유가 직접 기타 치며 자작곡을 부르건 뭘 어쩌건, 무대 뒤로 기획사에서 설정한 똑같은 완장을 찬 팬들이 역시 기획사에서 설정한 똑같은 야광봉을 휘두르며 똑같은 구호로 응원하고 있다면, 그녀가 '언젠가' 닿을 곳은 결국 아이돌의 전형이란 지점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아이유 상황은 한국대중음악산업의 기묘한 현실을 동시에 드러내주기도 한다. 비단 아이유와 로엔 엔터테인먼트만의 미래설정 판단으로만 보기가 힘들다. 아이유가 이처럼 아이돌적 '파는 방식'을 택하게 된 것도 어떤 면에선 팬들의 빗발치는 요구 탓이란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이유 정도로 떠버린 아이콘은 많건 적건, 좋건 싫건, 그를 통해 아이돌적 팬덤을 구성하고자 하는 팬들 요구와 맞부딪힐 수밖에 없다. 어쩌면 기존 아이돌 팬덤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관성적으로 같은 팬덤을 구성코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한국의 문화적 분위기는 팬덤 문화에 있어서도 모종의 통일된 인위적 집단체를 자연스럽게 요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어떤 식의 모델로 어떻게 론칭된 상품이건 주류 시장에 일단 발을 들여놓게 되면 궁극적으로 그 누구라도 아이돌산업 전략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것이다. 누구든 크게 떠버리면, 곧바로 아이돌적 '파는 방식'을 요구받게 된다.

그리고 이 험한 엔터테인먼트 판에서 보장된 고정수익이 존재하는 그 '파는 방식'의 유혹을 뿌리칠 기획사란 현 시점 거의 없으리라 판단된다. 그렇게 한국의 주류 음악시장은 꾸준히 '모든 상품의 아이돌 상품화'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왠지 한국에서 메탈리카 같은 그룹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면, 그 야외 콘서트장에서 똑같은 야광봉을 휘두르는 소녀들을 충분히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꽤나 히스테릭하면서도 어딘지 서글픈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야광봉들이 가리킨 꽃미남 멤버가 공연 끝에 이런 식으로 외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응원해주신 안드로메다 여러분, 사랑해요!"

물론 그로부터 3개월 뒤 출시될 콘서트 DVD엔 포토 북도 들어있고, 부클릿에는 "1~4집 싱글앨범 및 1집 정규앨범 안에 들어있는 마운트를 모두 모으시면 팬클럽 멤버의 자격이 부여되며 콘서트 및 기획사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특별한 혜택이 주어집니다"라고 적혀 있을 수도 있겠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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