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김정은이 권력 틀어쥐려면 최소 10년 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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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전문가 日 히라이와 교수가 진단한 ‘포스트 김정일 시대’

“포스트 김정일 시대가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한 최대 관건은 김정은이 얼마나 빨리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당과 군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일본의 북한 정치 전문가인 히라이와 슌지(平巖俊司) 간세이가쿠인(關西學院)대 교수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는 일단 순조롭게 진행되겠지만 향후 리더십 공고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정권 초기에 북한이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김정은 체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상)김정은 한계 드러낸다면…‘네가지 가능성

히라이와 교수는 “김정은 차기 지도자는 김 위원장이 인정한 권력”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큰 혼란 없이 권력승계가 진행될 것으로 보는 근거다.

“북한 권력구조의 핵심 축인 조선노동당과 군부는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을 통한 정권 안정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정이 필요하다는 데 묵언의 합의가 있다. 지난해 9월 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은을 핵심권력으로 하는 인사가 마무리됐고 군부도 이를 지지한 만큼 김 위원장의 유훈을 단기간에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당과 군은 외교와 군사 정책 등에서 입장이 달라 대립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체제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체제가 조기에 붕괴될 가능성도 있나.

“당과 군은 6자회담이나 핵무기 개발 등 주요 정책에서 입장이 다르다. 김 위원장 시대에도 갈등이 있었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 조정이 가능했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전무한 20대 후반의 어린 지도자에게 이런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계 어느 나라도 20대 권력자는 없었다.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 작업은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 때문에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군부가 장성택의 섭정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당이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사소한 실수라도 한다면 군부는 이를 빌미로 언제든 돌아설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중대한 의사결정의 시기가 지연될수록 체제 안정을 위한 시간을 버는 셈이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북한의 대외정책은 강경기조로 가나.

“큰 정책 결정은 가능한 한 미루고 현상을 유지하는 정책을 취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사망 직전에 미국과의 대화에 긍정적인 자세로 돌아선 만큼 대화를 우선시하는 유화노선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벼랑 끝 전술 같은 강경노선은 강한 권력하에서만 가능하다. 지도자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도발을 명령했는데 현장에서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아 너무 앞질러가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히라이와 교수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특히 한일 양국의 공동보조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히라이와 슌지 교수는


1960년생. 북한 정치외교 및 북-중 관계 전문가. 게이오대 정치학 박사. 시즈오카 현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 간세이가쿠인대 교수. 저서는 ‘북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과 중화인민공화국’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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