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화 1세대 마지막 거목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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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2월 포항제철소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조정하는 전로 앞에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박태준 당시 포항제철 회장. 포스코 제공
1988년 12월 포항제철소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조정하는 전로 앞에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박태준 당시 포항제철 회장. 포스코 제공
철의 사나이는 유산 한 푼 남기지 않고 갔지만 그가 지핀 용광로의 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다.

청년 시절 ‘짧은 인생을 영원(한) 조국에’로 좌우명을 정하고 기업인이자 정치인으로서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청암(靑巖)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3일 오후 5시 20분 별세했다. 향년 84세. 이로써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등 산업화 1세대의 거목들이 모두 퇴장했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달 9일 호흡곤란 증세로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이틀 뒤 흉막과 폐 절제술을 받은 후 회복 중이었다. 하지만 이달 5일 급성 폐 손상이 발생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회복하지 못했다. 사인은 급성 폐 손상으로 인한 호흡부전이다. 박 회장은 2001년 7월 폐 밑에 큰 물혹이 발견돼 미국 뉴욕 주 코넬대병원에서 3.2kg의 큰 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폐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후유증에 시달렸다. 유족은 부인 장옥자 씨(80)와 1남 4녀가 있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졌다. 국무총리를 지내고 10여 차례의 훈장을 받은 고인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별세 소식을 접하고 “우리나라 산업화에 공이 큰 분이 우리 곁을 떠나게 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대 기계공학과를 중퇴한 후 21세 때인 1948년 부산 국방경비대에 자원해 남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 전신)에 들어갔다. 6·25전쟁에 장교로 참전한 박 명예회장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1968년 포항제철을 세워 한국 경제 성장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1981년 민주정의당 비례대표로 제11대 국회의원에 당선하면서 정치에 입문했으며 2000년에는 국무총리도 지냈다. 박 명예회장은 1992년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명예회장이 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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