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창피해’김꽃비 “내가 개념배우라고요? 거절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1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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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짓기는 거절…영화 '창피해'는 보편적 사랑 이야기
●소신 행동은 어머니의 영향 "존경해요"
●해외영화제 다수 초청에 영어 실력↑-인맥도 넓어


"드레스 대신 한진중공업 작업복 입은 일요? 그 질문 지겨워요, 이제."

'독립영화계의 문근영' 김꽃비(26)는 거침없다.

그는 10월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한진중공업 노조를 지지하는 의미로 작업복을 입고 레드카펫에 섰다. 당시 부산에서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둘러싸고 극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개념 배우'라는 찬사를 받은 그는 상반신 노출 드레스로 눈길을 끈 오인혜 만큼 큰 화제가 됐다.

김꽃비는 "소신이나 신념을 숨기고 싶지 않고 색깔 들어간 꼬리표도 싫다. '개념 배우'라는 말도 불편하다. 그럼 행동을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다"며 배시시 웃었다.

쇼트커트에 소녀 같은 옷차림, 작은 체구…. 그러나 자신을 감추는 법이 없다. 이런 당돌함이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을 겪고 있는 충무로에서 김꽃비가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8일 개봉하는 영화 '창피해'(감독 김수현)에도 그의 당당한 매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창피해'는 모의자살을 시도하던 여자 윤지우(김효진)와 자유분방한 소매치기 소녀 강지우(김꽃비)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배우는 수위 높은 동성애 신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하 김꽃비와의 일문일답이다.

-촬영장 에피소드를 묻기엔 벌써 촬영한 지 2년이 지나서 못 물어보겠어요. 그래도 간단히 출연 동기를 설명한다면?

"진짜 기억이 잘 안 나요. 항상 제가 찍은 영화들이 1년 후에 개봉하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기억력이 안 좋아요. 동기라… 취업동기지. ('창피해' 속 김꽃비 대사) 하하. 감독님이 하자고 했을 때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 (김)효진 언니도 처음엔 강지우 역을 하고 싶어 했대요. 효진 언니요? 예쁘고, 프로페셔널 하죠. 정신적으로도 많이 의지가 됐고요. 촬영장에 유지태 선배도 응원하러 오셨어요."

-꽤 강도 높은 동성애 신도 있습니다.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음…. 영화 속 상황 자체는 익숙하지 않아도, 그 상황 속에서의 감정들은 한 번쯤 느낄 수 있는 정서니까 어렵지 않았어요. 동성애 자체에 거부감은 없어요. 또 처음부터 동성애자가 아니라 여성에게 감정을 느낀 인물이니까 드라마나 책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했고요. 사실 보편적인 사랑에 대한 영화에요. 동성애만 주목받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동성애 자체를 부정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니에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김꽃비는 꽤 진지하게 설명했다. 김꽃비는 규정짓는 것에 대해 상당히 신중했다)"

-유난히 저예산 영화들과 인연이 깊었어요. 데뷔('질투는 나의 힘')도 그렇고, 그 이후 필모그래피도, 유명세를 얻게 해준 작품('똥파리')도 모두 '독립영화'였어요. '창피해' 언론시사회 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한 취재진이 '독립영화의 매력'을 묻자 "'창피해'가 독립영화라는 전제냐"고 되받아쳤는데….

"네. 의도는 이해했지만,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독립영화'란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뜻도 있지만, 어렵고 친근하지 않다는 편견이 담겨 있기도 하잖아요. 그 순간 걱정이 됐어요. 저 때문에 그런가 싶기도 하고, 잘못 답하면 '창피해'가 대중에게 굉장히 먼 영화로 느껴지겠구나 싶고. 지금 포장해도 관객을 많이 끌어 모아도 부족한데 말이죠."

-그래도 '똥파리' 덕분에 해외영화제 많이 나가지 않았나요?

"(웃음) '똥파리' 때문에 영어도 늘었어요. 아무래도 해외영화제 다니면 여러 나라의 영화 제작자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었나 봐요. 그 덕분에 해외 작업 기회도 생기고, 일본에서도 연락 오고, (외국인) 친구도 많이 사귀었죠. 흐흐. 가장 친한 사람이요? 베니스영화제 프로그래머 파올로 베르톨린이요. 또 며칠 전에는 필리핀 시네마닐라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갔어요. (갑자기 가방을 뒤지더니 필리핀 지폐를 흔들어 보였다.) 이번 부산영화제요? 친구들이 스웨덴 가수 라세 린드를 소개시켜 줘서 밤새도록 기타치고 놀았어요. 라세가 미공개 곡도 들려줬어요.(그는 한껏 자랑했다)"

-부산영화제 레드카펫도 그렇고, 필모그래피까지 보통 '여배우'의 행보와는 조금 다릅니다. 대부분 아름다움을 드러내려고 하는 자리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어떤 계기나 영향을 받은 이가 있나요.

"어머니의 영향 같아요. 소위 '생각이 깬' 분이에요. 존경해요. 사안이나 이슈를 접했을 때 '왜 그렇지?'하고 비판적으로 고민하는데, 어머니에게 배웠어요. 저희 모녀는 여러 주제로 토론을 많이 해요. 결혼이라든지, 남녀평등이라든지. 흔한 풍경은 아니죠?"

-최근에 긴 생머리를 싹둑 잘랐어요. 화보 촬영 때문인가요?

"제가 아니라고 하면 심경의 변화가 있느냐고 물어볼 거죠? 하하. 정말 아무 이유 없어요. 화보 때문도 아니고요. 이제껏 해본 적 없는 스타일을 하고 싶어요. 소속사에서 아무 말 없냐고요? 소속사 대표님이 절 설득하러 와 설득당해 돌아가요. 단편이나 해외작업을 제가 직접 진행할 때도 있고요."

-'거침없는 김꽃비'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나요?

"그럼요. 주름! 100년은 더 살고 싶어요.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동안 하고 싶은 것 다 하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어요. 라흐마니노프 연주곡을 치고 싶고, 소설도 쓰고 싶고. 영화도 계속 찍고, 사진도 찍고. 독립영화만 계속할 거냐고요? 일부러 다른 것들을 거부하는 건 또 아니에요."

-마지막으로 영화 '창피해' 홍보를 한다면?

"무엇을 상상하든…그것과 다를 것이다?"

글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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