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놀멍 쉬멍 걸으멍’ 천국이 따로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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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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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익쉬익 억새 사이 색소폰 소리 울리고… 철썩철썩 파도 사이 해녀 노래 들리니…

■ 제주올레 축제 걸어보니

제주의 바다, 숲, 오름(작은 화산체)에서 다양한 공연을 즐기며 쉬엄쉬엄 걷는 제주올레 걷기축제가 9일 시작됐다. 올레 6코스인 구두 미포구에서 마을 해녀들이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웠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바다, 숲, 오름(작은 화산체)에서 다양한 공연을 즐기며 쉬엄쉬엄 걷는 제주올레 걷기축제가 9일 시작됐다. 올레 6코스인 구두 미포구에서 마을 해녀들이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웠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잿빛구름, 간간이 내리는 보슬비마저도 동반자였다. 길가에 길게 늘어선 까마귀쪽나무, 참식나무, 사철나무 등 늘 푸른 나무들이 ‘올레꾼’을 맞았다. 하늘을 찌를 듯 뻗은 야자수가 군락을 이뤄 늦가을이 된 계절을 잠시 잊게 했다.

제주올레 6코스 시작점으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천인 서귀포시 ‘쇠소깍’에서 9일 오전 10시 ‘2011 제주올레 걷기 축제’가 시작됐다.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지만 번잡한 여느 축제와 사뭇 달랐다. 바다 풍경에 취해 사색을 즐기고, 길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출발은 같았지만 ‘놀멍 쉬멍 걸으멍(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즐기는 모습이었다.

돌담 밑에 핀 노란 들국화, 보랏빛 갯쑥부쟁이가 코를 간질이고 듬성듬성 피어난 억새,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이 남녘 바닷가에도 가을이 왔음을 알렸다. 바람의 섬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스레피나무는 바람의 방향으로 누워 자랐다. 화산 폭발로 아아용암(점성이 높은 용암)이 빚어낸 현무암은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식은 밥으로 만든 제주 특유의 음료용 술인 ‘쉰다리’를 공짜로 건네는 마을주민에게서 순박한 인심이 묻어났다.

40여 분 만에 도착한 해발 95m의 야트막한 오름(작은 화산체)인 ‘제지기오름’ 정상에서는 팝페라가수 임재청 씨의 ‘산타루치아’ ‘사랑으로’가 솔바람과 함께 울려 퍼졌다. 보목마을 ‘구두미포구’에서는 마을 해녀들이 노래와 춤으로 신바람을 돋웠다. 이어진 바다숲길에서는 천선과나무 보리밥나무 사이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6코스 종점인 외돌개까지 14.4km를 걷는 내내 오감(五感)이 열렸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마련한 이번 축제는 12일까지 펼쳐진다. 축제 참가자들이 길을 걸으며 바닷가, 숲길, 오름 등 자연이 만든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10일 7코스(외돌개∼월평마을·13.8km), 11일 8코스(월평마을∼대평포구·15.2km), 12일 9코스(대평포구∼화순금모래해변·8.2km) 등 하루에 한 코스를 걷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코스마다 10여 곳의 야외무대에서 노래는 물론이고 오케스트라, 첼로와 플루트 연주, 무용, 마임, 마술, 아카펠라, 하모니카 합주 등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축제기간 매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서귀포시 서복전시관 야외무대에서 밴드와 함께하는 공연 파티가 열린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는 야시장 먹거리 장터가 운영된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없애고 쓰레기를 자신이 챙겨가는 환경축제를 지향한다”며 “빠른 걸음이 아닌 ‘늘짝늘짝’(느리게) 걸으며 다채로운 공연과 함께 길 위에서 행복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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